尹 계엄 선포 122일…광주서 타오른 '민주주의' 열망
계엄 직후 '위헌·위법' 비판 고조
"광주는 지지 않아"…4만명 집결
반대 측 도발에도 빛난 시민의식
헌재 판결 임박, 민주주의 갈림길
"탄핵 인용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
2025년 04월 03일(목) 18:17
지난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4일 오전 1시께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비상계엄 선포 철회를 촉구했다. 정상아 기자
지난 14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던 광주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앞두고 박찬대 원내대표가 광주의 오월 정신을 발언하자 환호를 보내고 있다. 김양배 기자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우리 민주주의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었다. 국민은 불안과 혼란에 휩싸였고, 이는 곧 전국적인 분노와 저항의 불길로 번졌다. 특히 44년 전 위헌적 계엄령의 상흔을 간직한 광주시민들의 민주주의 수호를 향한 열망은 그 어느 지역보다도 뜨겁게 타올랐다. 전남일보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맞아, 광주의 주요 집회 현장에서 울려퍼진 시민들의 목소리와 염원을 되돌아봤다.

●“민주주의 지키는 힘”…최후항쟁지로 모인 시민들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1980년 5월의 상처가 다시 반복될까 우려하며 거리로 나왔다. 비상계엄 선포 2시간여만인 오전 1시께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는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윤석열퇴진시국대성회추진위 등 40여명이 모여 계엄령을 “위헌·위법”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시민들은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며,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주연 소나무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명분 없이 비상계엄을 추진했다. 이는 명백히 헌법에 위배되는 사안”이라며 “국회의 해제 결의안이 가결됐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강행한다면 끝까지 맞설 것이다”고 밝혔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인 같은 날 오후 7시께 민주광장에서는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윤석열퇴진시국대성회추진위는 시민 등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헌정유린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 제1차 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민을 배신하고,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행위라며 강력히 비판하면서, 퇴진과 함께 법적 처벌을 요구했다. 중등교사 심선화씨는 “학생들과 청년들,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은 어젯밤을 통해 민주주의의 위기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힘을 경험했다. 이제 남은 숙제를 완성해야 할 때”라고 성토했다.

윤석열 정권 퇴진 4차 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지난해 12월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국회 본회의장 김건희 특검 의결 중계 장면을 바라보다 특검이 부결되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자 분노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양배 기자
●“광주는 잊지 않는다”…탄핵안 무산, 끝내 시민의 승리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표결이 예정됐된 지난해 12월7일 민주광장에서는 윤석열정권퇴진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의 제4차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매서운 겨울 한파와 눈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4000여명의 시민이 광장에 모였다. ‘김건희 특검법’ 부결 이후,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자, 시민들의 기대감은 순식간에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광장 중앙의 스크린 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호소에 맞춰 시민들은 탄핵 표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광주는 잊지 않는다. 광주는 지지 않는다”는 구호 속에 굳게 자리를 지키며 의지를 표출했다. 결국 표결은 무산됐고,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강기수(72)씨는 “탄핵안 표결에 참여조차 하지 않은 여당 의원들에게 또 한 번 실망하고 분노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광장을 찾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일주일 뒤인 같은 달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 재표결이 진행됐고, 금남로 일대에는 4만여명의 시민이 운집하며 가결을 향한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한다”는 선언이 실시간으로 전해지자, 금남로는 순식간에 축제의 장이 됐다. 시민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쁨을 만끽했고, 일부는 끓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각종 단체와 시민들은 먹거리를 나누며 ‘오월 정신’을 상기하는 등 역사적인 순간의 의미를 깊이 새겼다. 이날 탄핵안은 찬성 204표로 가결됐으며, 윤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가 정지됐다.

최욱진(69)씨는 “전광판으로 국회의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였는데, 가결 소식을 듣고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다. 오늘은 민주주의가 승리한 날”이라고 환호했다.

지난 2월15일 광주 동구 금남로 1가에서 4가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앞쪽은 탄핵 반대 참가자들. 김양배 기자
●‘1등 시민의식’ 빛난 금남로 탄핵 찬반집회

지난 2월15일 금남로 일대에서는 내란혐의로 구속된 윤 대통령에 대한 대규모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열렸다. 광주비상행동을 중심으로 한 찬성 측에는 2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였고, 극우 기독교 단체 ‘세이브 코리아’를 앞세운 반대 측에는 전국에서 1만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두 명의 유명 한국사 강사가 각 집회 측 연사로 무대에 올라 설전을 펼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찬성 측 집회 참가자들은 금남로에서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에 정당성을 주장하는 반대 집회를 규탄하며 “반민주적이고 5·18 정신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반대 측 참석자들이 ‘5·18 북한군 개입설’ 등을 담은 왜곡된 내용의 전단과 신문을 배포하기도 했으나, 광주시민들은 의연하게 대처했으며, 경찰의 중재로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중학생 황운태(15)군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모습을 보여 집회에 참석했다”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주장이 억지스러워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 관계자들과 광주시민 등이 지난달 26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윤 대통령 파면 즉각 선고 촉구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尹 석방에 이어 지연되는 선고…커지는 ‘피로감’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구속 절차 위법성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여 구속 취소를 결정하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지난달 8일 대통령이 구금 51일 만에 석방되자, 민주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지켜본 시민들은 “마치 개선장군인 양 행동한다”고 입을 모아 질타했다.

김성규(57)씨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과 검찰의 항고 포기로 인해 윤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로 선고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광주비상행동을 비롯한 지역 각계는 법원과 검찰을 강하게 규탄하며 철야 천막·단식 농성을 벌이고, 주요 거점에서 선전전과 시국선언을 이어가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단식에 돌입한 지역 정치인들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시위에 참여하던 60대 남성이 갑작스럽게 쓰러져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탄핵 선고마저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과 불만이 극에 달했고, 그 비판의 화살은 헌법재판소를 향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금남로에서 삼보일배를 진행하거나 일부는 파업에 돌입하는 등 신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기우식 광주비상행동 대변인은 “헌재의 선고가 늦어질수록 국민의 피로와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탄핵이 인용될 수 있도록 시민들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108일만인 지난 1일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2024헌나8)의 선고 기일을 4일 오전 11시로 공식 발표하면서, 지역 사회에서는 탄핵 인용을 통한 일상과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열망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