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강수훈>더불어민주당, 호남민심 되새겨야
강수훈 광주시의원
2025년 04월 03일(목) 17:33
강수훈 광주시의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세게 맞붙었던 담양군수 재선거가 끝났다. 조국혁신당 후보는 51.8%를 얻어 48.2%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압하며 900여표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패배했고, 신생정당 조국혁신당은 전국 첫 지자체장을 배출했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석패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흔히 선거의 승패를 가늠할 3요소라고 할 수 있는 인물, 구도, 이슈 측면에서 먼저 생각해본다.

인물의 문제일까. 청와대 경험으로 많은 정치적 인맥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돕기 위해 이재명 당 대표는 물론 전국적으로 명성있는 국회의원 50여명이 담양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선관위 법정 토론회에서는 젊은 후보답게 지역의 비전을 충분히 보여주며, 노련한 언변과 세련된 매너를 뽐냈다. 담양의 미래를 맡기기에 손색없는 후보였다. 야무진 후보라는 슬로건으로 상가와 장터 등 현장을 돌며 바닥 민심에 호소했고, SNS 등 온라인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구도의 문제일까.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약점이 있다면 담양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거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담양을 품고 세상으로 나갔던 후보가 이제 세상을 품고 다시 담양으로 돌아왔다고 강조했지만, 조국혁신당은 오히려 이 부분을 전략적으로 파고들며 무소속 군의원 당선과 군의회 의장 경력의 토박이 프레임으로 선거 캠페인을 전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읍·면별로 필요한 정책을 발굴해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지만, 선거 결과를 보니 결국 담양사람 프레임 늪에서는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

이슈의 문제일까. 더불어민주당은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정국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조기대선과 정권교체를 위해 지지해달라고 호소했고, 조국혁신당은 추후 대선에서는 힘을 하나로 모을테니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는 정당 간 경쟁이 필요하다고 맞불을 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집권을 해서 대통령, 전남지사, 국회의원, 군수가 같은 당 소속으로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비로소 큰 예산을 받아와 지역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고, 조국혁신당은 무엇이든지 과하면 탈난다며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슈는 선점했지만, 주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외에도 느닷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예측가능한 여러 변수들이 있었다. 담양은 꾸준하게 더불어민주당에 높은 정당 지지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군수 선거에서 무소속 당선자를 두 번이나 배출한 적이 있었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시작부터 직전 선거인 제8회 지방선거까지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 간 접전도 계속되었다.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의 고리가 마지막 경선 불복으로 이어지며, 경선 후유증이 본 선거의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겠지만, 담양군수는 물론 고흥군의원 선거에서도 무소속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호남에서의 더불어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만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호남민심에 빨간 불이 들어왔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이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피해야 할 분석은 정신승리로 모든 문제를 귀결시켜버리는 것이다. 선거 패배 원인을 후보나 몇몇 특정 인물의 탓으로 돌리면서 ‘어차피 안되는 거였고, 결국에는 소용없었어’라고 접근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치러야 할 선거를 앞두고 값진 교훈을 놓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때만 찾아와서 호남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호남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쳐달라는 메시지도 있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실패를 잊은 자는 그 실패를 되풀이한다’는 금언을 기억하고, 호남이 더불어민주당의 동원대상이 아니라 동행공동체로 나아갈 전략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할 때다. 이 글을 빌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인 나부터 먼저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내 탓이다. 내 탓이다. 내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