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235>학살자의 추모비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2025년 04월 03일(목) 16:18 |
![]() 학살자의 추모비. |
토벌대장 박진경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고,
그의 악랄한 행위로 군영 내에서 부하에게 죽임을 당하는
흔치 않은 사건이 있었다는 기록을 봤다.
제주시 충혼묘지에 그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는 사실과
그 비의 존재에 대해 논란이 되어오다 시민단체에서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제목의 감옥 형태 조형물을 설치해
그의 행적을 비판하는 활동을 벌였다.
그는 친일 극우파로 일본군 공병대 출신이며,
미군정의 앞잡이로 11연대 제주토벌대장으로 부임해 와
“제주 도민 30만을 다 죽여서라도 빨갱이들을 몰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눈에 보이는 산간 주민 모두가 토벌 대상으로 피바람을 일으켰다.
학살된 아버지의 주검 앞에서 슬피 울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을 박진경이 직접 총을 쏴 죽이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이 죽게 놔둘 수 없었다”고
법정에서 최후 진술한 두 부하가 손선호 하사와 엄상길 중위다.
그 살인마 박진경의 추모비가 뒷면의 엉터리 내용으로 애국 투사가 되어
충혼묘지에 제주 도민의 이름으로 세워져 있다는 사실에 놀랍고,
윤석열 정권 들어 극우파들의 극성으로 가두어 두었던
철창까지 들어내고 말았다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자들이 한둘이 아닌 것을 어찌할꼬.
이것이 웃지도 못할 우리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