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음역·음색·연기력 갖춘 가수…오페라 작품 흥행 좌우 <오페라 제작과정 들여다보기…②캐스팅>
‘최적 성악가 섭외’ 프로덕션 경쟁 치열
광주시립오페라단 국내유일 통합오디션
연출가·출연진, 오케스트라 리허설 진행
무대·조명·의상·분장 조합 최종 작품 완성
오페라 작품을 올리기 전 실제로 공연이 이뤄질 무대에 세트를 갖추고 오케스트라 반주로 본격적인 무대 리허설이 진행된다. 사진은 광주시립오페라단이 오페라 ‘토스카’ 공연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광주시립오페라단 제공 |
오페라 제작 과정에서 대본과 음악이 있는 기존의 작품이 선정되거나 의뢰된 창작 작품의 대본과 작곡이 마무리된 후에는 이 모든 일을 총괄할 예술감독과 지휘자, 연출자의 선발 과정이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작곡자가 직접 무대 연출이나 초연의 지휘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대에는 새로운 프로덕션에 맞추어 연출자를 초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제작극장을 보유한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연출자는 초빙하고 극장 소속의 오케스트라, 합창, 발레단이 있는 경우는 대부분 별도로 오케스트라, 합창 지휘자나 발레단 안무를 섭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제작극장이 있더라도 소속 예술단이 없어서 대부분 섭외를 통해 이루어지며, 예술감독은 작품 선정부터 연출자 지휘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발레단 등 작품에 적합한 우수한 예술가와 예술단체를 선정하는 역할을 한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이 ‘토스카’ 공연을 앞두고 오케스트라와 모든 연주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연습을 하고 있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제공 |
선정된 작품과 이를 만들어갈 각 파트의 주요 리더들이 섭외된 다음에는 배역을 맡을 성악가 캐스팅을 한다. 과거 바로크 시대부터 19세기 이전까지는 작곡자가 오페라를 완성하기 전 자신이 만들 작품의 성악가를 먼저 섭외하고 그 배역 가수의 음역이나 기교 능력에 맞게 아리아와 중창들을 작곡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 이유는 오페라 흥행을 보증하는 것이 성악 배역을 맡은 가수의 인지도와 당시 비루투오적인 성악가 시대에는 가수의 능력이 작곡가보다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구조와 작곡가의 음악적 능력 역시 중요하지만, 당시의 관객들은 가수의 화려한 기교를 볼거리로 선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19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를 이끈 작곡가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 1797~1848) 이후로는 작곡가가 전권을 가지고 극을 고도화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후로는 오페라 작품에 잘 부합할 수 있는 가수들이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성악가의 캐스팅은 음역과 음색, 연기력, 외모, 상대 배역과의 조화 등을 모두 고려한다. 물론 지금도 티켓파워가 강력한 가수의 역량에 의해 작품의 흥행이 좌우되기도 하므로 좋은 성악가를 캐스팅하기 위한 각 프로덕션의 경쟁은 치열하다. 그래서 해외 주요 극장은 미리 장기적인 프로덕션을 구상하고 오페라극장 솔리스트 채용과 오페라 스쿨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더불어 작품을 위한 별도 캐스팅을 위한 오디션과 유명 성악가 섭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근래 국립오페라단과 대구 오페라 하우스에서 솔리스트 제도와 오펀 스튜디오 제도를 시행하며, 제작극장의 면모를 갖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캐스팅 대부분은 작품에 맞는 유명 성악가를 섭외하며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의 경우는 한해의 프로덕션을 위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통합 오디션을 실시하고 있으며, 2025년 2월에는 국내외 성악가 300여 명이 참가해 뜨거운 열전을 벌였다. 해외 극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성악가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가수들까지 다양한 주 조역에 선발되었으며 해당 배역의 역량이 아쉬울 때는 국내외에서 세계적 위상을 떨치는 뮤지션을 섭외하고 있다.
과거 작품은 작곡가가 초연의 연출과 지휘를 대부분 직접 맡았으나 현대에는 극장에서 작품에 부합되는 연출가를 선임하고 있다. 연출가는 해당 작품을 위해 자기의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자신과 한 몸같이 움직일 무대, 조명, 의상, 분장 디자이너와 함께 움직인다. 대다수 제작극장에서는 이러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연출자가 직접 섭외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무대, 조명, 의상 디자인, 무용 안무까지 각 분야의 권위자가 맡아 연출자를 중심으로 작품을 위한 팀을 이루며, 전문 분야의 책임자들은 연출가의 의도와 작품에 담긴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토론을 하면서 작품의 방향을 밀도화 해 나간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이 백스테이지 투어를 통해 오페라의 제작 과정과 무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제공 |
이제 작품을 함께할 프로덕션이 꾸려졌다. 이어서 오페라의 출연자들은 작품의 원작과 대본을 학문적으로 토론하는 과정을 걸쳐 작품의 역사적 사회적 분위기뿐만 아니라 작품이 가지는 철학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를 위해 작품을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이 이 작업을 담당하며, 작품을 동일하게 출연자들이 해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리고 가수들에게 배역에 관하여 심도 있는 조언을 통해 캐릭터를 고도화시킬 수 있는 도움을 주며, 이는 연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내에서 이루어진다.
오페라 제작과정 중 무대와 조명 리허설 모습. 광주시립오페라단 제공 |
작품의 배역을 맡은 가수들은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품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자신에게 주어진 대본과 음악을 암기하는데 곡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맡겨진 부분을 넘어 다른 역의 음악과 대사까지 파악하는 개인 연습 과정에 들어서게 된다. 이 일을 해 나가는 데는 음악코치를 맡은 피아니스트와 함께하는데 피아니스트는 가창의 문제점과 객관적인 음악적 해석을 통해 배역의 분위기를 더욱 심도 있게 파악하게 도움을 준다. 개인 연습 이후 가수들은 지휘자와 음악적 교감을 갖는 작업과 함께 연출가가 지향하는 작품 전체를 그리는 작업을 함께할 배역들과 연습 무대에서 작업을 한다. 이후 합창단이나 무용단이 투입되어 전체적인 그림을 더욱 밀도 있게 그려 나아간다. 지휘자와 연출자는 작품 해석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충분히 피력한다. 가끔 추구하는 작품 해석에 관한 이견으로 지휘자, 연출가 사이에 마찰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럴 때는 제작자나 예술감독이 협의를 통해 이견을 해결해 나간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이 올해 정기공연의 출연자 선발을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광주시립오페라단 제공 |
이제 작품의 면모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지휘자는 가수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오케스트라 연습을 진행하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 전 출연진과 함께 오케스트라 리허설을 통해 음악적 완성을 마친다. 그리고 이후 실제로 공연이 이루어질 무대에 세트를 갖추고 오케스트라 반주로 본격적인 무대 리허설이 이루어지는데, 이때 연출가는 가수들과 합창단, 무용단의 무대 위 동선을 확정하고 세심한 부분의 연기까지 완성된 무대 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이외 무대에서는 조명 디자이너, 무대 디자이너 등 무대 기술진이 함께 참여하여 조명과 무대전환을 테스트해보는 기술 리허설이 연출의 총괄 아래 진행된다,
이제 제작과정에서 최종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제작된 의상이 도착하면, 가수, 합창단, 무용단들에게 입혀보고 수정하는 드레스 피팅 후 가수들은 무대의상을 갖춰 입고 분장한 상태로, 무대 기술진을 비롯한 모든 프로덕션 멤버들이 참여한 가운데 조명과 무대전환 등을 실행해보며 실제 공연과 같은 리허설을 진행한다. 이때 무대감독은 가수들과 합창단, 무용단, 연기자들의 등·퇴장을 알려주고, 기술적인 요소들이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일을 한다. 예술감독은 총 제작진과 함께 공연의 주의사항 등을 소통하고 공연의 막이 오르기 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작품은 드디어 막이 오르는데 이제 모든 것은 무대 위의 출연자와 오케스트라의 몫이 된다. 함께 프로덕션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집중해서 지금까지 진행해오는 과정에서 수정하고 만들었던 것을, 기억하고 무대 위에서 펼쳐가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오페라 제작과정은 상황에 따라 순서가 바뀌거나 생략될 수도 있고 제작 기간도 여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오페라는 투입되는 많은 제작 인원뿐만 아니라, 세워지는 무대 규모와 기술, 그리고 가수뿐만 아니라 합창단, 무용단원 들이 입어야 하는 무대의상 역시 엄청난 규모이다. 제작극장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렇게 어렵게 제작된 작품들이 레퍼토리 시스템 안에서, 좋은 작품이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리는 공연예술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예술가의 일자리 창출과 더 좋은 작품을 더 많은 관객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함께 할 수 있기 위해서 제작극장 조성과 대한민국 극장 간의 레퍼토리 시스템 확대을 위한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
오페라 제작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면 공연을 앞두고 극장 무대 뒤편의 백스테이지 투어 프로그램을 찾아가는 방법과 오페라 프로그램 부록에서 볼 수 있는 오페라 제작과정 사진과 해설을 참고로 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