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박찬규> 귀촌일기-봄 봄 봄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2025년 03월 26일(수) 17:53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농촌에서는 누구나 봄을 기다린다. 봄은 농촌의 희망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새 생명이 싹트는 봄을 도시보다도 훨씬 귀하게 여긴다. 겨울 동안 휴식을 취하고 체력을 단련한 농부들 마음속의 각오는 봄이 오면서 일터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그만큼 농촌의 봄은 농부들에게는 삶의 원천이 된다. 올해는 3월 중순까지 큰 눈이 내려 시기가 10일 정도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평년의 기온을 되찾고 나서부터는 농부들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다. 논갈이에 나서는 사람, 밭작물에 비료를 주고 풀 메기를 하는 사람, 과수나무를 마지막 가지치기하는 사람, 숲을 가꾸는 사람 등 농촌에서는 오늘부터 모두가 바빠지기 시작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해는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지만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려 적어도 겨울 가뭄을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된 것 같다. 필자가 사는 동네는 논보리와 겨울 밭작물로 마늘을 많이 심는다. 마늘은 추석 전에 파종해서 한겨울을 나는데 추운 겨울을 나서인지 건강 먹거리로 빼놓을 수 없는 식품이다. 요즘은 마늘밭에 거름을 주고 풀 메기 작업에 한창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고장은 봄에 가장 많이 하는 작물이 밤호박이다. 밤호박은 모종을 이식하면서 2중 하우스를 설치하여 추위를 막아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추위에 동해를 입어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요즘은 지역 단위 농협에서 때에 맞추어 퇴비와 비료를 공급해 주고 있다. 대부분 일 년 농사에 필요한 양을 미리 수요 조사해서 이맘때 농가에 보급을 해주어 농정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병충해에 대한 농약의 공급 계획도 단위농협마다 가격 할인 판매 정책을 펴고 있어 농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그동안 농민들은 농산물 생산에 전념하면서도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당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쌀 가격에 대하여 이중곡가제나 농업 직불금 등으로 일부 보상을 받고 있으나 생산원가 개념의 판매 가격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공산품은 제조원가를 철저히 계산해서 판매 가격을 계상하면서도 쌀 가격은 생산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정자산인 토지 구입에 따른 비용을 도외시하고 전년 대비 인상률 위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 농민들의 불만이 크다. 이제라도 농민들을 위한 보상 차원에서 농민 수당 등을 제도화할 수 있는 정책이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으면 좋겠다. 작년에 풀과의 전쟁을 줄이기 위해서 과수밭에 잡초 매트를 깔았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한 해 동안 과수밭 풀 때문에 거의 고통받지 않아서 다행스러웠다. 올해도 본격적인 농사철 전에 메트 관리를 철저히 해준다면 풀 때문에 고통받는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요즘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농촌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동네 사람들의 평균 연령도 초고령화되어 인력난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농사 준비로 해야 할 일이 많아 젊은 사람이 필요한데도 대부분이 노인인구라 일손이 늘 부족한 형편이다. 봄이면 품앗이로 하던 일들이 사람이 귀하니 혼자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일손이 부족하면 외국인 노동자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망설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밭에 심어놓은 매화나무를 작년에 일부 선정해 준 탓인지 올해는 하얀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올해는 매실 수확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발효식품에 대한 매력 때문에 귀향 이후로 약성이 있는 나무를 많이 심어놓은 덕분에 봄이면 귀한 잎을 넉넉히 채취해서 장아찌로 담가 먹는 재미가 있다. 농촌의 봄은 농민들에게 특히 가까이 다가온다. 농부들에게는 희망이고 사랑이자 기쁨이다. 이제는 농업도 국가 미래 산업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6차 산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농업이 육체적으로 힘들고 귀농·귀촌해서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농사일에 시행착오의 어려움도 따르지만, 도시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힘든 요즘에 편한 마음으로 귀농· 귀촌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