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기후위기·전쟁·정치혼란, 함께 극복할 과제
최성주 고려대 특임교수, 전 주폴란드 대사
98) 극복해야 할 국내외적 복합위기
98) 극복해야 할 국내외적 복합위기
2025년 03월 19일(수) 17:44 |
![]() 최성주 고려대 특임교수, 전 주폴란드 대사 |
기후 위기는 인류가 19세기 중반의 산업화 초기부터 공업화를 진행하면서,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를 무책임하게 사용한 탓이다. 2015년 12월에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초기 대비 섭씨 2도, 가급적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생산자), 개인(소비자)의 공동 노력이 요구되는데, 국제기상기구(WMO)는 작년에 이미 1.55도를 넘어섰다는 암울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중립, 즉 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의 합계를 영(0)으로 만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심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에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발표함으로써,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한편, 2020년부터 3년에 걸쳐 인류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 속에 몰아넣은 코로나19의 근본 원인은 인류와 자연의 공존이 무너진 데 기인한다. 인류의 끝없는 탐욕으로 자연생태계가 교란됨에 따라, 인류와 동물 간의 접촉면이 넓어지면서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이 인간에게 전파되기에 이른다. 코로나19는 물론, 에볼라, SARS 및 MERS 등 21세기 들어 나타난 팬데믹은 공통적으로 박쥐와 원숭이 등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직접 전염된 경우다. 그 해결 방안은 인간도 자연 생태계의 일부라는 점을 인식하여,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면서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데 있다. 우리 모두는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불변의 진리를 유념해야 한다.
이와 같은 글로벌 복합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유엔 등을 통한 국제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2022년 2월에 러시아의 불법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교전이 장기화하면서 민간인의 피해가 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했지만, 종전까지는 갈 길이 멀다. 2023년 10월에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미국의 중재에도 아직 종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민간인 대량살상은 국제사회의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전쟁 종식과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유엔과 미국의 주도적 역할이 절실하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에 의거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거래적 접근은 현존 국제질서를 뿌리째 흔들고 있으며, 이는 국제평화와 지속가능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의 퇴행적 자세는 인류 문명의 퇴보를 초래할 따름이다. 국제사회는 미국이 중국 및 러시아, 그리고 유엔 체제와 계속 협력하면서,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기후 위기와 팬데믹 확산과 같은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자연계의 순환 질서에는 어김이 없어서, 겨우내 기다리던 봄이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봄을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리더쉽이 공백된 상태여서, 북핵 대응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전략적 협력과 공조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이런 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계속 우호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니 더욱 걱정스럽다. 몰아치는 미국발(發) 격랑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최상목 대행 주도로 단기적 대응조치를 우선 시행해야 한다. 동시에, 정치적 리더십을 속히 복원하여 한미동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국내의 정치적 혼란은 우리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고, 좌우의 진영을 넘어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우리 모두의 주인의식(主人意識)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