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쉬었음’ 첫 50만명 돌파…지역 구직환경 ‘악화’
지난달 15~29세 전년비 13.8%↑
30대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아
광주 청년고용률 전국 최저 수준
“맞춤 일자리·교육지원 확대해야”
2025년 03월 16일(일) 17:21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서며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쉬었음’ 인구도 6개월 연속으로 최대 기록을 경신하는 등 구직마저 포기하는 20·30대 청년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서며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쉬었음’ 인구도 6개월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구직을 포기하는 20·30대 청년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노동시장 활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기업의 ‘경력직 위주 채용 기조’를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지역의 20대 청년층 고용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방 청년들의 구직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50만4000명으로, 전월 대비 7만1000명(16.4%),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6만1000명(13.8%) 늘었다. ‘쉬었음’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답한 인구를 의미하며, 실업 상태지만 구직 의사가 없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5월 이후 꾸준히 4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래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구체적으로 20~29세 ‘쉬었음’ 인구는 46만명으로 직전 달인 39만6000명과 비교해 6만4000명(16.2%) 늘었고,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7만1000명(18.1%) 증가했다. 15~19세 ‘쉬었음’ 인구는 직전 달과 비교해 3만8000명에서 4만4000명으로 17.5% 증가했다.

또한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과 ‘취업준비자’를 모두 포함한 ‘청년 백수’는 12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청년 백수’ 인구는 120만7000명으로, 지난해(113만4000명)와 비교하면 1년 새 7만명 넘게 증가했다. 경제 성장 둔화와 내수 부진, 제조업·건설업 불황, 기업들의 경력직·중고 신입 선호 현상 등이 겹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층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30대 ‘쉬었음’ 인구도 6개월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그냥 쉰’ 30대는 전년 동월 대비 1만4000명 증가한 31만6000명으로, 지난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30대 ‘쉬었음’은 지난해 9월부터 1년 전과 비교해 매달 약 1만∼5만명씩 늘며 역대 최대 기록 행진 중이다.

30대 ‘쉬었음’은 한 번 이상 퇴직한 뒤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경우가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20대의 경우와는 달리 기업의 경력직 채용 기조보다는 ‘일자리 미스매치’나 ‘양질의 일자리 부족’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로, 노동시장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 지역 청년층 고용률이 전국 평균을 밑돌아 지방 청년들의 구직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광주지역 20~29세 고용률은 48.3%로, 전국 평균 60.4%보다 12.1%p 낮았다. 전국에서는 대구시(47.8%)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으며, 이는 지난해 동기(50.6%)와 비교해도 2.3%p 낮아진 수치다. 30대 고용률은 76.8%로, 전국 평균 80.3%보다 3.5%p 낮았지만, 20대 고용률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았다.

같은 기간 전남지역 20~29세 고용률은 61.8%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으나, 30~39세 고용률은 78.2%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이에 청년들은 취업난 해결과 경기 회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퇴사 후 2년째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공모(33)씨는 “경제 침체, 내수 부진,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기조 등으로 인해 취업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며 “새로운 분야로 이직하기 위해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앞날은 불투명해 막막하기만 하다. 취업을 포기한 게 아니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많다. 하루빨리 경기가 회복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서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과 무료 교육 프로그램 등도 확대돼야 한다”며 “수도권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도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는 기업의 성장 기회 확대가 일자리 창출과 좋은 일자리 전환 등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창출한다고 보고 △미래 유망 신산업 육성 △창업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 지원을 강화한다는 정책을 내놨다. 또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해 약 9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약계층과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 개선 등으로 보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설 계획이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