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 뚫렸다’… 전남도·한우 농가 ‘망연자실’
●전남 구제역 일파만파 확산
영암·무안 등 5곳서 구제역 발생
10개 시·군 위기경보 ‘심각’ 격상
도, 긴급재난회의…방역 ‘초비상’
한우 도축·수출 중단…피해 우려
2025년 03월 16일(일) 16:59
지난 14일 오전 구제역이 발생한 영암군 한 한우농장 앞에서 방역본부 관계자들이 출입 통제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확산하면서 한우 농가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국내 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것은 지난 2023년 5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특히 전남지역은 1934년 국내에서 처음 구제역 발생 이후 단 한번도 발병하지 않아 ‘구제역 청정지대’로 불렸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방역망이 뚫렸다.

16일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영암의 한 한우 농장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15일 영암에서만 농장 세 곳에서 추가로 확인됐다. 구제역은 처음 발생한 한우 농장에서 18㎞나 떨어진 무안군의 한 한우농장까지 번졌다.

구제역이 확산하자 전남도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전남도는 휴일인 이날에도 긴급 재난대책회의를 하는 등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전남도는 구제역 청정지역 유지를 위해 해마다 축산 농가에 백신 접종을 무상 지원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을 펼쳐왔고, 올해도 4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구제역이 발생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이날 무안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경우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영암 농장을 중심으로 설정한 3㎞ 방역대를 벗어났고 지난 15일 백신 접종을 마친 곳에서 확인돼 구제역이 예상보다 더 확산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백신 접종을 하기 전 이미 구제역에 감염돼 증상이 발현되기 전 잠복기였을 가능성도 있어 전남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검역본부가 감염원을 찾기 위해 역학조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외부에서 공기 전파 등으로 감염원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아 추가 감염이 우려된다.

전남도 등 방역당국은 구제역이 방역대를 넘어 확산하자 백신 접종에 주력하고 있다.

전남도는 무안 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를 모두 살처분하고 3㎞ 반경에 있는 197개 농가를 방역지역으로 설정해 이날까지 3만3000두의 접종을 모두 마쳤다. 앞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영암 지역도 농장을 중심으로 3㎞ 방역대에 있는 2만9000두에 대한 접종은 모두 완료했다.

영암과 나주 등 10㎞ 이내에 있는 위험지역에서는 한우 총 40만8000두가 사육 중으로, 지난 15일 기준 71%의 접종률을 기록함에 따라 빠른 시일 내 나머지 백신 접종을 마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오는 19일까지 7개 시군에서 사육 중인 소, 돼지, 염소, 사슴 등 전체 우제류 115만7000두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전남산 한우의 수출도 즉시 중단되는 등 한우 농가의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한우 수출을 위해 수출검역조건이 타결된 국가는 홍콩, 캄보디아, 마카오,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5개국이다. 신선 냉장·냉동 쇠고기는 이달까지 홍콩에 6.5톤, 말레이시아 0.7톤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전남은 구제역 발생 직후부터 소 도축 작업을 중단했다.

구제역 발생 시 발생하지 않은 지역으로부터는 수입을 허용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지역화 협정 원칙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홍콩과 마카오, 말레이시아, UAE는 전남 이외 지역에서 사육·도축한 한우 수출이 가능하고, 캄보디아는 해당 농장 이외에는 수출이 가능하다.

농식품부는 현재로서 한우 수출에 큰 지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하면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역학조사를 통해 구제역 전파 경로를 찾고 있다”며 “백신을 접종하고 나면 7∼10일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는 만큼 우선은 접종에 주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