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기 위해 분투했던 시간과 끝내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
[신간]우는 나와 우는 우는
하은빈│동녘│1만7500원
2025년 03월 13일(목) 14:21
우는 나와 우는 우는
장애를 가진 몸과 이들이 겪는 삶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특별한 책이 발간됐다. 비장애인들이 아직 가닿지 못한 새로운 돌봄과 삶이 있는 가능성의 세계를 상상케 한다.

하은빈 작가는 목포에서 태어나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에서 활동했고 일라이 클레어의 ‘눈부시게 불완전한’을 우리말로 번역한 바 있다. 이번 신간은 하 작가의 첫 책이자, 장애를 가진 연인과 함께하다 헤어진 후 장애 담론의 언저리를 서성이게 된 개인적 경험이 담긴 작품이다.

저자 ‘은빈’과 ‘우’는 대학 시절 만난 평범한 연인이다. 우가 근육병을 가진 장애인이고, 은빈이 비장애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세상으로부터 왜곡되고 방해받는다. 은빈은 전동휠체어를 탄 애인과 함께 갈 수 없는 계단들을 마주하고, 일본 여행 중 전동휠체어가 방전돼 곤경에 빠지는 등 역경을 함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은빈은 5년간의 연애를 끝내고 우와 헤어진다.

우와의 긴 연애를 끝낸 은빈은 오랜 시간 동안 헤어짐을 돌아보며 자책하고 후회한다. 자신이 우와 있으며 힘들었던 것인지, 왜 그렇게 갑작스럽게 이별을 결정하게 됐는지 되짚는다. “후회야말로 가장 진실된 것”이라는 믿음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엉킨 실타래 같은 이별의 맥락을 고민하고, 무엇이 이 사랑을 끝장나게 했는지를 되돌아본다.

“우와 함께하는 삶은 분명 어려운 데가 있었다. 이 문장을 쓰기까지 십 년이 걸렸다.”

대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여느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귀엽고 풋풋했지만, 우와 함께한 시간은 끊임없는 제약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드물어 데이트는커녕 밥도 마음대로 먹지 못했고, 집 밖에서는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가 없었다.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집이 없어 졸업을 유예하며 학교 기숙사에서 우의 가족들과 함께 살아야 했다.

이처럼 비장애인에게는 평범하고 쉬운 일이 장애인에게는 매번 타협하고 포기해야 하는 일이었다.

구체적인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임시방편의 삶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개인적 경험이 담긴 에세이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장애와 질병을 포함해 소수자성을 지닌 몸과 관계 맺고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