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충장로 ‘황금 상권’에 빈 건물 8년째 방치 눈살
한전, 도심 변압기 정리 위해 구입
지하 상·하수도 설비 탓 사업 철회
외벽 변색·광고물·담배꽁초 등 쌓여
구입비용과 큰 격차 매각작업 표류
상인회 "단기 임대로 상권 활성화"
2025년 03월 12일(수) 18:37
12일 오전 광주 동구 충장로 1가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소유 건물이 철문으로 굳게 잠긴 채 불법광고물들이 곳곳에 부착돼 있다. 민현기 기자.
“광주 도심 최고의 번화가라고 보기엔 밤에 보면 폐가처럼 보이기도 하고 을씨년스럽습기도 합니다”

12일 오전 찾은 광주 동구 충장로 1가 인근. 오랜 기간 방치돼 외벽은 곳곳이 누렇게 변색되고 어떤 글씨가 적혀있었는지도 모를 만큼 빛바랜 간판이 걸려있는 한 건물이 중심 상권에 자리잡고 있다. 해당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건물에 들어가는 문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었다. 또 장기간 관리가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듯 각종 광고물이 벽면에 도배되듯 붙어있었으며 건물의 얼굴 역할을 하는 1층에는 ‘매각’이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다.

 특히 이곳은 충장로로 진입하는 입구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영업 중인 건물들과 달리 유독 해당 건물 앞에서만 담배를 피운 것처럼 담배꽁초가 모여있었고 바로 양 옆 건물들의 활발한 영업활동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는 충장로에 진입하는 주요 골목에 위치한 이 건물이 아무런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상권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장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다른 건물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업장이나 건물주들이 담배꽁초를 치우기도 하고 못 피우게도 하는데 이곳은 관리를 안하다 보니 다들 눈치보지 않고 담배를 피거나 심지어 노상방뇨를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면서 “아무래도 상권이라는 게 쭉쭉 이어져야 하는데, ‘금싸라기 부지’에 건물이 폐가처럼 돼 있어서 상권이 뚝 끊어지는 것 같다. 1층만이라도 임대를 내줘 건물 관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건물의 주인은 한국전력으로 임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연면적 1145.972㎡의 건물은 한국전력이 지난 2017년 6월 46억여원에 매입했다.

당초 변압기나 개폐기 등 전력기기를 건물 지하에 두고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공헌형 배전스테이션’ 사업을 위해 건물을 매입한 한전은 충장로 곳곳의 변압기를 한 곳에 모아 도심 미관을 개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력 공급 케이블 매설을 위한 공사를 진행하려고 보니 인근 건물 지하에 상·하수도 설비가 가득해 건물 주변의 지반침하가 우려됐고 끝내 배전스테이션 사업을 철회했다.

이후 한전의 부채 상황이 악화되면서 ‘재정 건전화’의 일환으로 건물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한전이 생각하는 판매가와 시장가가 크게 달라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전이 해당 건물을 매입할 때 충장로 일대 상가건물의 평(3.3㎡) 단가는 5000여만원이었으나 현재 3000여만원을 밑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임대에 대해서도 사업 취소에 따른 불용 결정으로 매각 이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한전 측의 설명이다.

정일성 충장로 1·2·3가 상인회장은 “매입했던 가격에 되파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한전 측이 건물 매각을 앞두고 있어 임대를 해주면 거래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 1층을 ‘팝업스토어’처럼 단기 임대로 꾸미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며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 답게 주변 상인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