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협은행 점포 수 축소, 획일적 잣대 안돼
협동조합 존재 이유 되살려야
2025년 03월 10일(월) 17:27
NH농협은행이 점포를 통·폐합하거나 축소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농촌소멸이 눈 앞인 상황에서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농협은 기업 이전에 농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농민을 위해 존재하는 협동조합이다. 농촌에 뿌리를 내리고, 농민의 마음을 보듬어야 할 농협이 경제논리에 휩싸여 스스로의 가치마저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10일 NH농협은행 광주·전남본부 등에 따르면 2022~2024년 광주에서는 지점 2곳이 철수하고 출장소 1곳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남은 지점 2곳이 문을 닫았다. 올해 3월 현재 정상 영업 중인 광주 지역 총점포수는 29곳이다. 농어촌 비율이 높은 전남지역은 2022년 총점포수 66곳에서 2023~2024년 목포·순천 지역 지점이 각 1곳씩 모두 2곳이 철수해 올해 3월 현재 총점포수는 64곳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농협은 인구감소 등 여건의 변화에 맞춰 향후 2년간 전국 지점 100여 곳을 추가로 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농협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는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있다. 농협은행 역시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아 만든 협동조합인 만큼 일반 기업과 달리 경제적 잣대 만으로 성과 등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도시에 비해 디지털 인프라와 교통 편의 등이 부족하고, 고령 농업인이 많은 농어촌에서 농협은 단순한 점포를 넘어 지역민과 정부를 잇는 가교로서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농업 정책을 농업 현장에서 직접 실행하고 전파하는 주체로서의 역할도 감안해야 한다.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에 맞춰 고령농민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위기에 처한 농·어촌이 교통과 의료, 교육에 이어 금융까지 소외된다면 지방소멸은 가속될 수밖에 없다. 농협은 투자와 수익이라는 획일적인 잣대에서 벗어나 협동조합의 가치를 살리고 농협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를 지켜야 한다. 농협은행의 점포는 수익을 내는 수단이 아니고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들고, 협동조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적 기관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