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밀도 높은 섬세함… 그리고 배우들의 내공있는 연기력
에드워드 버거 감독 ‘ 콘클라베 ’
2025년 03월 10일(월) 17:27 |
![]() 에드워드 버거 감독 ‘ 콘클라베 ’ (주)디스테이션 제공 |
![]() 에드워드 버거 감독 ‘ 콘클라베 ’ (주)디스테이션 제공 |
타이틀 ‘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 ‘cum(함께)’과 ‘clavis(열쇠)’에서 유래한 ‘열쇠로 잠근 방’을 의미한다.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추기경들이 모여 교황을 선출하는 제도를 콘클라베라 하는데, 콘클라베로 교황을 선출하기 전까지는 외부와 차단되는 상황이 어휘에 담겨 있다. 갑작스러운 교황의 선종으로 바티칸은 조용한 가운데 분주하다. 일차적으로 도우미로 선발된 수녀들이 도달한다. 이어 각 나라에서 80세 미만의 추기경들 108명이 바티칸으로 모여든다. 절차에 따라 추기경들 중에서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함이다. 이 모든 절차를 주관하는 단장은 추기경 로렌스(배우 랄프 파인즈)다. 그는 교황의 죽음을 애도할 새도 없이 서거 3주 후에 콘클라베를 진행한다. 로렌스는 교황이 되고자 하는 야망이 없다. 자신의 문제에 천착돼 있기 때문이다. 종교인이 ‘기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가장 큰 일이라서.
로렌스는 기도 문제로 바티칸의 단장직 사임을 청한 바 있으나 교황의 반려로 떠나질 못한 채였다가 새 교황 선거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로서는 이를 소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최대한 올바른 선거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그의 말대로 이 행보는 믿음과 의심 사이를 걷는 지옥같은 길이다. 필자가 30년 넘도록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세상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명예욕에 휩싸여 있음을 목도해 왔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의 발로겠거늘 했지만 때로는 좋지 않아 보일 때가 더 많았다. 이런 명예욕이 추기경들이라 해서 없을까? 그들이 교황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갖는 만큼 무결점의 깨끗하고 성스러운 교황(Holy Father)의 자격을 지녔을까? 영화가 여기에 주목하면 할수록 객석에서는 우리가 처한 사회상, 정치권의 야욕, 작은 집단에서도 난무하는 암투와 음모 등의 선거행태가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영화는 기자 출신 영국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 ‘Conclave’(2016)가 원작이다. 이태 후,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판된 바 있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이력 때문인지 작가의 객관적이면서도 탈폐쇄적으로 해부하는 사회심리 그리고 ‘Book to Film’이라는 다운문학적 행간이 함의돼 있어 여운이 길게 남는다. 영화 ‘콘클라베’는 ‘비밀’이 부여하는 미스터리와 ‘선거’에 밀착된 야망이 잘 어우러져 인간의 내면에 드리운 탐욕을 유감없이 끄집어 내는 각본으로 2025 아카데미 각색상이 주어졌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미장센이 좋았다. 일반인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콘클라베의 투표방식이며 투표용지가 불태워짐으로써 굴뚝을 통해 세간에 결과를 알리는 전통이 신비로웠다. 필자가 바티칸을 방문했을 적에 숨이 턱 막힐 만큼 압도되었던 시스티나 소성당. 고개가 아플 만큼 벽과 천장을 바라보았던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를 영화로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녀왔던 그해 펴낸 저서 표지에 이 천장화를 담았을 정도로 개인적 감동이 컸던 만큼) 그밖에 사제복(수단)의 아름다움, 다양한 십자가 목걸이 디자인 등도 한몫을 했다.
예식과 의식을 지키는 가톨릭의 전통은 이렇듯 아름답다. 그러나 지나치게 고루한 면이 영화 속 한 신에 드러난다. 아네스 수녀(배우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진실을 밝히는 대목에서, 그녀는 “콘클라베에 수녀가 나서는 것이 옳지 않지만.”으로 말문을 연다. 앞으로는 콘클라베에 수녀를 참여시키는 것이 시대에 부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지금 뉴스에는 현 사회의 정치적 올바름과 그 반대급부와의 충돌 및 딜레마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도된다. 영화 ‘콘클라베’는 한국의 정치상황이 저절로 대입되어 성찰하게 되는 영화다. 영화를 통해 교훈에 이르기 까지를 희망해본다. 백제예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