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서도 놓지 않은 붓"…앙리 마티스 아트북 전시 '흥행 가도'
●앙리 마티스: LOVE & JAZZ 展
내달 21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
편화 70여점·메종 마티스 에디션
개막 이틀만에 5000명 이상 방문
"마티스의 불꽃 같은 창작열 조명"
2025년 03월 09일(일) 16:11
지난 8일 ‘앙리 마티스: LOVE & JAZZ’ 전시가 열리고 있는 광주신세계갤러리는 관객들로 붐볐다. 박찬 기자
지난 8일 광주신세계갤러리를 찾은 관객들이 ‘앙리 마티스: LOVE & JAZZ’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박찬 기자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세계적인 거장의 전시가 광주에서 열리고 있어 화제다. 프랑스의 화가 앙리 마티스는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주도한 작가로 손꼽힌다. 그는 1954년 향년 84세의 나이로 작고하기까지 미술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여러 작품을 세상에 남겼다.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다음달 21일까지 열리는 ‘앙리 마티스: LOVE & JAZZ’ 전시는 그가 병상에서 그려낸 후기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로 지난 7일 개막해 흥행몰이에 나섰다.

9일 광주신세계갤러리에 따르면 이 전시에는 지난 7일 1500여명, 8일 3500여명이 찾아 개막 이틀 만에 5000명 이상이 방문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기획전으로 열려 인기를 끌었던 ‘Dearest: 초대하는 마음’ 관객수와 맞먹는 수준으로 ‘앙리 마티스’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반응이라는 평가다.

실제 지난 8일 찾은 전시 현장은 앙리 마티스의 생전 미술 세계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관객들로 붐볐다.

이번 전시는 앙리 마티스의 판화 70여점을 비롯해 아트월 연출물, 그가 ‘컷아웃’ 기법으로 제작한 아트북 등을 선보인다.

아울러 봄 계절에 맞는 화사한 색채로 전시 공간을 연출해 따뜻한 감성을 더한다.

앙리 마티스는 강렬한 색채와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전통의 틀을 과감히 깨뜨린 화가다.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그는 보색 대비와 원색의 대담한 활용, 거친 붓 터치와 격정적인 화면 구성에서 비롯된 ‘야수’와 같은 에너지를 작품에 구현한다. 야수파 거장으로 불리는 그는 유화뿐만 아니라, 석판화, 스테인드글라스, 콜라주, 도예, 섬유 디자인 등 시각예술의 전반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전시 현장은 즉흥적이면서도 조화로운 재즈의 리듬처럼, 색과 형태로 자유롭게 풀어낸 마티스의 예술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70여점의 판화 작품에는 그가 역경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창작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반복된 병마에 시달리며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던 그는 1941년 이후에도 예술에 대한 열정과 탐구심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마티스는 이 시기 회화와 콜라주의 경계를 허문 ‘컷아웃’ 기법과 혁신적인 ‘아티스트 북’ 제작, 방스 로사리오 경당의 대규모 벽화 작업을 통해 새로운 예술의 경지를 개척했다.

마티스의 대표작 ‘JAZZ’ 등 그가 직접 편집하고 디자인한 희귀 아티스트 북과 오리지널 프린트도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색과 형태에 대한 그의 후반기 실험정신이 집약된 이 작품들은 마티스 예술의 본질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전시장의 쇼윈도(진열한 상품을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설치한 유리창)에는 앙리 마티스의 4대 손자 등 후손들이 작업한 도자기 작품들이 공간을 차지한다. 이는 ‘메종 마티스’가 선보이는 에디션으로 마티스 작품을 오마주해 그의 디자인 정신을 투영한 작품들이다. ‘메종 마티스’는 앙리 마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4대 후손이 마티스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설립한 브랜드다.

앙리 마티스 작 ‘이카루스’.
광주신세계갤러리 쇼윈도에 자리한 ‘메종 마티스’ 도자기 에디션. 박찬 기자
1869년 12월31일 프랑스 북부 르샤토캄프레시스에서 태어난 앙리 마티스는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22세에 그림과 인연을 맺는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의 길로 접어든 그는 1893년 파리 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한 뒤 귀스타브 모로의 가르침을 받으며 원색 대비를 통해 강렬한 표현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주로 니스에 머무르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고, 모로코와 타히티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색채와 빛의 표현을 심화했다. 말년의 마티스는 형태와 색채를 더욱 단순화해 밝고 순수한 빛, 명쾌한 선을 통해 평면적 구성을 완성했다.

이러한 스타일은 ‘세기의 경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현대미술의 지평을 확장했다. 마티스의 마지막 역작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8년부터 1951년까지 제작한 방스(Vence) 로사리오 경당의 벽화와 스테인드글라스다. 마티스는 이를 ‘내 최후의 작업’이라 칭하며 평생의 예술적 탐구를 집약한 걸작으로 남겼다.

마티스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동판화, 직물 디자인, 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혁신을 이뤘다. 대표작으로 ‘춤’, ‘붉은방’, ‘음악’ 등이 있다. 피카소는 “앙리 마티스의 배 속에는 태양이 들어 있다”라고 말하며 마티스의 재능을 극찬했다.

백지홍 광주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는 “광주신세계는 올해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획전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앙리 마티스가 건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예술적 역량을 발휘했던 창작열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관객들이 거장의 예술을 향한 열정을 되새기고 교과서에서만 보던 화가의 생애를 배우는 교육적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앙리 마티스: LOVE & JAZZ’ 전시는 앞서 지난달 23일까지 대전 유성구 신세계 Art&Science에서 유료로 열렸던 동명의 전시를 순회전 형식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특히 광주신세계에서는 이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앞으로도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