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233>빗점골의 이현상 바위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2025년 03월 06일(목) 18:01 |
![]() 빗점골 이현상 바위. |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지리산 의신면의 빗점골이 열린다.
빨치산 남부군 사령관이었던 이현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으로
개울가의 커다란 바위가 불러서 찾아왔다.
이름하여 ‘이현상 바위’다.
은신처에서 멀지 않고
그의 주검이 반듯하게 놓여 있었던 곳이기에
망각의 시간 속에 묻혀버린
역사의 진실과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해
찾는 이들이 종종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중에
계곡에 울려 퍼지는 요란한 총소리.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를 총탄에 맞아 절명했기에
그의 죽음은 아직껏 의문투성이로 남아있고
품 안에 간직했던 그의 시구(詩句)가 유언으로 남아있다.
이념은 비록 달랐지만,
조국을 사랑했던 한 비운의 삶이 여기 있다.
“智異風雲當鴻動 (지리산에 풍운 일어 기러기 떼 흩어지니)
伏劒千里南走越 (남쪽으로 천리길, 검을 품고 달려왔네)
一念何時非祖國 (오직 한 뜻, 한시도 조국을 잊은 적 없고)
胸有萬甲心有血 (가슴에는 철의 각오, 마음속에 끓는 피 있네)”
빨치산들이 좋아했다는 진달래가 지천이다.
추모의 정으로 한 가지 꺾어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