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갔다 처벌되면 어쩌나” 소풍 사라진 학교
강원도 학생 사망사고 담임 유죄
외부활동 미루거나 취소 등 위축
6월21일 보호 장치 담은 법 시행
“교사 책임 분산, 대안 마련해야”
외부활동 미루거나 취소 등 위축
6월21일 보호 장치 담은 법 시행
“교사 책임 분산, 대안 마련해야”
2025년 03월 05일(수) 18:42 |
![]() 광주시교육청 전경. |
5일 광주시·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관내 일부 초등학교에서 계획했던 체험학습과 수련회 등을 보류하고 있다.
이는 최근 법원이 지난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시 한 테마파크에서 현장체험학습 도중 6학년 학생이 주차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담임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판결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육공무원법·국가공무원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 2년이 지나지 않은 교사를 당연퇴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담임교사는 이번 형이 확정될 경우 교단을 떠나야 한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위축된 광주·전남지역 학교들은 지난달 교육과정 계획에 현장체험학습 계획을 세웠지만, 외부 활동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다.
광주 소재 A초등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5년 1학기에 예정됐던 체험학습 일정과 계획을 전면 수정, 수련회는 2학기로 미루고 체험학습은 전면 취소했다. 전세버스나 단체입장 등 예약을 이미 마친 체험학습은 위약금을 물더라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B초등학교도 수련회나 체험학습 등 외부 활동을 최소 6월 21일 이후에 실시하기로 했다. 해당 날짜에 교사가 현장 체험 학습 인솔 시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학교안전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그 전에는 교사를 위한 법적인 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장체험학습은 예전에도 논란이 있을 때마다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일이 잦았다. 의무 규정이 아닌 학교의 계획에 따라 실행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장체험학습에 사용되는 차량은 일반 전세버스가 아닌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된 것이어야 한다는‘노란버스법’이 시행됐을 당시에도 각 학교는 체험학습을 잇달아 취소하거나 축소했다.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일선 학교의 부담감이 커지자 광주시교육청은 이날 학교 현장에 ‘6월까지 현장체험학습을 교내에서 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한 상태이며 학교안전지원조례 개정을 통해 안전한 교외활동을 위한 보조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현장체험학습 운영을 위한 업무협의회를 개최하고 지원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도 이날부터 초등교사 1300여명과 교장 130여명에게 체험학습 실시 여부와 필요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장체험학습도 교육의 일부이기 때문에 ‘없애는’ 방식의 일처리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없앤다’는 선택 보다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교사의 책임 분산과 대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이번 법원의 판결이 교육 활동과 현장 교사들을 위축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지만, 문제는 인솔 교사가 독박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인데 현장체험학습 자체를 없애버리는 건 극단적인 대응이다”면서 “교사들의 의견도 중요한 만큼 학부모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학생들의 의견도 모아 각각의 주체들의 의견을 토론을 통해 현장체험학습을 보다 더 안전하고 재밌게 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