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이승현>봄길 따라 청자축제로 오세요
이승현 강진 백운동전시관장
2025년 02월 26일(수) 17:59 |
![]() 이승현 강진 백운동전시관장 |
알게 모르게 입었을 내면의 상처뿐만 아니라 분리 배출할 플라스틱 쓰레기며 처박아놓은 세탁물들 등 찌들고 고달픈 일상을 밀쳐버리고 스스로 봄길이 되어 강진으로 봄나들이 가보자.
청자축제는 53회나 이어온 대한민국 대표축제다. 축제의 얼굴은 청자지만 강진의 자연, 사람, 문화가 응축되어 있다.
고려청자는 한국문화예술의 대표적 자랑거리로 우리나라 국보, 보물급 청자는 대개가 강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고려청자 특별전과 대한민국 청자 공모전 수상작이 전시되어 있는데 천 년 전 장인들과 전통을 이은 현재의 장인들이 빚어낸 진품명품을 감상하는 것 자체로도 문화와 예술의 허기를 채워준다. 방문객들은 눈요기로 그치지 않고 국립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명품청자를 구매해서 집안에 장식하는 호사스러움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많다. 청자가 그저 감상용이라는 일부 인식이 박혀 있는데 전시장에는 실생활에서 필요한 다기와 꽃병, 머그잔, 술잔, 접시등 그릇들이 다양하다. 청자나 그릇들은 속이 다 비어 있다. 비움을 통해 삶의 본질을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청자축제의 진심일지도 모르겠다.
한강작가는 노벨상 수상자 소장품 기증행사에 작은 찻잔을 기증했다. ‘작은 찻잔 안에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생활의 중심이었고 작은 찻잔이 자신을 글을 쓰게 하는 주문 같은 것이었다’ 라고 했는데 전시장에서 애완(愛玩)하는 찻잔을 고르거나, 푸르스름한 찻잔에 녹차 한잔 마시는 것도 축제장의 즐거움이다.
축제는 모름지기 즐겁고 감흥이 일어야 한다. 거기에 체험과 배움이 가미되고 식도락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번 청자축제는 그런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무엇보다 이미 만들어진 청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내가 만드는 물레 성형, 청자파편 모자이크, 청자탁본, 청자 발굴 등의 체험이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축제에 식도락이 빠질 수 없다. 행사장 주변에 푸드 트럭과 음식부스들이 즐비하다. 축제장을 조금 벗어나면 마량의 해산물도 좋고 병영의 봄나물과 불고기 밥상도 푸짐하다. 음식만큼은 강진축제가 아니라 남도축제라 할만하다. 관광지에 불만족한 사람들도 강진에 와서 음식을 먹으면 그 불만이 모두 사라진다는 관광 가이드들의 말처럼 강진 음식은 맛과 다양함으로 포만감을 준다.
시끌벅적한 축제장을 벗어나서 인근에 남도답사 1번지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청자축제와 강진을 즐기는 일거양득의 방법이다. 마량 쪽에서 건너편의 조그만 섬들을 눈 아래 두고 만덕산 발 아래로 내려가는 일몰을 바라보고 있으면 와인 빛 바다 속으로 잊지 못할 그리움 같은 것에 빠져든다.
비 오는 강진만 해안도로를 드라이브 하면서 흔들리며 서걱거리는 갈대를 보는 것도 좋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도란도란 사랑스런 애기를 하다보면 마음이 더 없이 평안해진다. 청자의 푸른빛과 강진만의 노을 빛이 섞인(창하蒼霞)를 보거나 바다빛 비가 내리는
풍경은 강진의 색(色) 다른 여행이다. 강진 특산물을 사러 장터를 어슬렁거리다 북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월출산이 웅장하다. 바위는 솟고 땅은 꺼져서 벼랑이 더욱 깊고 수려해진 명산이다. 월출산 권역은 강진의 발코니이자 남도의 테라스이다. 입구에 고즈넉한 월남사가 있고 국립공원 경포대도 있으며 무위사도 있다. 월출산 자락에 초록의 다원은 이미 봄이다. 녹차 밭 끝자락에 후미진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백운동 원림이 있다.
한국의 대표전통정원이자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조선시대 선비들의 이상향 무릉도원이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원경’ 촬영지다. 백운동 원림을 들어가는 입구에 강진백운동전시관이 있다. 백운동 원림을 조성하고 은거했던 원주 이씨들의 유물과 백운동원림을 찾았던 다산 정약용, 초의선사 등의 시서화들이 전시되어 있어 조선시대의 선비문화를 볼 수 있다.
변덕스런 겨울날씨에도 반값여행이라는 선물까지 더해져 축제장과 인근 관광지까지 북적인다.
강진원 군수는 “강진 반값여행은 어려운 경기 속에도 관광객이 부담 없이 강진을 찾도록 돕고, 지속적인 방문과 소비촉진을 통해 군민소득을 높여 잘 사는 강진군을 만들고자 추진하는 정책” 이라면서 부담 없이 강진을 찾아주시길 당부했다. 이번 청자축제에 몰리는 관광객을 보면서 “청자는 재미없다” “겨울은 축제 비수기다”라는 세간의 인식도 하기 나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의 고유한 축제자원에 의미와 가치를 담고, 관광객들이 생각지 못한 재미와 놀이들을 제공하면서 호주머니도 가볍게 해주는 축제여야 흥행하고 지속된다. 생활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는 그 열매다. 청자축제와 연관된 사업들이 번성하고 사업체들이 강진에 자리 잡고 강진에 이사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것이 강진군민들의 속셈이다. 서울에서 온 지인들이 툭 내뱉는 “1박 2일도 부족하네”, 라거나 “강진에 내려와서 살까?” 라는 말에 겨울을 녹여가며 청자축제를 준비하느라 애께나 썼을 관계자들이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것 같다. 순천만 정원, 청산도 유채, 광양 매화, 구례 산수유, 신안 수선화, 여수 영취산 진달래, 영암 벚꽃 등 삼사월에 개화(開花)를 약속한 남도의 꽃 축제가 연이어진다.
최고의 꽃은 바로 ‘나’라는 것을, 가장 향기로운 꽃은 우리가족이라는 것을 귀띔해주기 위해 피는, 어서 오라는 손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