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제이미’는 행복한가
곽지혜 취재2부 기자
2025년 02월 24일(월) 18:06
곽지혜 기자
아들이 어려 묘지 가까운 곳에서 사니 장사(葬事)를 지내는 흉내를 내고, 시전 근처로 옮기니 물건 파는 흉내를 내어 글방 근처로 이사해 공부를 시켰다는 맹자의 어머니.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자식 교육에 대한 열의와 지혜로운 어머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말이었다. 허나 오늘날 극단적인 교육열을 내비치는 학부모들의 모습과도 연결되며 어느새 조롱과 풍자의 대명사로 변모하기도 했다.

이런 풍자를 십분 활용해 최근 유튜브와 SNS를 장악함은 물론 중고거래 플랫폼에까지 폭풍 같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으니, 바로 ‘제이미맘’이다. 제이미맘은 4세 제이미의 사교육을 위해 차 안에서 김밥을 먹으며 ‘학원 라이딩’에 힘쓴다. 명품패딩과 명품백을 장착하고 외제차를 타는 제이미맘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제이미~ 장난감 던지지 않아요~”라는 교양 넘치는 말투로 아이를 타이른다. 코미디언 이수지가 연기한 제이미맘은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통하는 강남 대치동 혹은 지역마다 존재하는 ‘학군 좋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치맘’(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엄마들에게 고슴도치의 ‘도치’라는 단어가 붙어 생긴 신조어)을 고증한 캐릭터다. 제이미맘이 입고 나온 명품패딩은 그동안 ‘강남 학부모 교복’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행했지만, 이와 같은 풍자에 긁힌(?) 이들의 손절로 당근마켓을 도배하고 있다니 그 영향력이 실로 놀랍다.

많은 이들이 이수지가 연기한 제이미맘에 열광하는 이유는 역시 ‘미친 현실고증’ 탓이다. 우리 일상에 흔히 존재하는 모습을 약간 과장하기는 했지만, 탁월한 재치와 재현력으로 연출하며 어떤 이들에게는 속 시원한 즐거움을, 어떤 이들에게는 머쓱함을 안긴다. 해당 콘텐츠가 열풍인 것 자체가 모두 비슷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사교육 시장에는 ‘초등 의대반’에 이어 ‘7세 고시반’, ‘4세 고시반’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교육 연령이 얼마나 낮아졌고 또 과열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과열된 사교육의 종착지는 필시 의대나 명문대일 것이다. 여기서 이어지는 ‘좋은 일자리’에 진입하는 것이 아무리 생존을 위한 지상과제일지라도, 이를 위해 불행한 아이들이 쏟아져나온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존중받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랑하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부모의 마음을 누가 탓할 수 있겠냐마는,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멀리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시기이기도 하다. 양지바른 곳마다 옮겨 심는 나무가 온전히 자라지만은 않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