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맥 위기' 무등산 수박 이제와 지킨다고
제대로 된 육성방안 내놔야
2025년 02월 23일(일) 16:32
임금님 진상품으로 불리는 ‘무등산 수박’이 재배농가 감소로 명맥이 끊길 위기다.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에 따르면 2000년 30농가(12.0㏊)에서 2017년 11농가(3.1㏊)로 줄었고, 지금은 7농가(2.6㏊)만 남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량도 2000년대 초까지는 연간 3000∼4000통을 유지하다가 2022년 이후 연간 2000통 내외로 줄었다.

무등산 수박 농가 개개인의 노하우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다. 무등산 수박은 종자가 개량되지 않아 개별 농가가 자가 채종한 씨를 심는다. 수확한 씨를 건조해 보관한 뒤 이듬해 물에 담가 발아시키는 식이다. 2019년 광주시·전남대학교 등이 병해충·기후변화에 강한 종자 개량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관수나 비료 살포도 정해진 매뉴얼이 없고 개인의 판단에 의존한다. 농가마다 수확량이 들쑥날쑥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검은 줄무늬가 없어 ‘푸랭이’로 불리는 무등산 수박은 해발 300m 이상 무등산 기슭에서만 자란다. 약 350년 전 몽골에서 가져온 종자를 무등산에 심었다고 알려진다. 향과 감칠맛이 뛰어나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했다. 특유의 향과 단맛 때문에 오랜 기간 인기를 끌었다. 특히 큰 것은 무게가 20㎏에 달하는 등 일반 수박보다 2∼3배 큰 크기로 유명하다. 특품으로 분류되는 14㎏ 이상 수박은 개당 15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는데, 주로 선물용으로 소비된다. 생산량이 적고 값이 비싸 귀한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지역 명물이지만 제대로 된 육성방안이 없었다니 안타깝다.

무등산 수박은 광주의 대표 특산품이다. 농도가 아닌 산업화 중심의 도시에서 누가 알아줬겠는가. 그나마 광주시는 23일 ‘무등산 수박 육성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런 노력을 좀더 서둘렀다면 하는 아쉬움이다. 무등산 수박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우량 종자 개발이 급선무다. 하지만 우량 종자 개발은 많은 시간 투자가 뒤따른다. 7개 농가만이 명맥을 이어가는 무등산 수박이 그때까지 존립할 수 있을 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