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항 국제선 운항 요구…“실현 가능성 낮다”
지역 여행업계 도산위기 ‘급부상’
승인절차·시설 설치 문제 등 난관
국토부 “무안공항 재활성화 우선”
전남도 “광주시와 대승적인 협력”
2025년 02월 13일(목) 17:56
광주공항(왼쪽)과 무안국제공항 전경.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한 무안국제공항 일시 폐쇄로 최근 광주공항 국제선의 한시적 운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선 운항을 위한 승인 절차와 관련시설 설치, 노선 유치 및 조정, 정부의 공항 정책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하면 광주공항 국제선 취항보다 무안공항 재개항이 더 빠를 것으로 보여 별다른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3일 광주시와 전남도,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광주·전남지역 여행·관광업계가 사실상 도산 위기에 처하면서 지역 경제계와 관광협회 등을 중심으로 광주공항에 임시적으로 국제선을 운항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광주시 관광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호소문을 통해 “올해가 ‘광주 방문의 해’이고, 오는 9월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만큼 임시 국제선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광주 구청장협의회도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개통을 위해 광주시와 국토교통부 및 관계기관에 적극적인 협조 및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광주상공회의소도 성명을 통해 “무안공항 운영이 10월까지 중단되면서 지역 여행 및 항공업계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여행업계 위기 극복과 지역민의 이동 편의를 위해 광주공항 국제선의 한시적인 운영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역 여행업계의 어려움을 공감하면서도 국제선 운항에 따른 관련시설 확충, 국방부와의 협의 등으로 인해 당장 국제선을 운항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군 비행장과 활주로를 공유하고 있어 야간 시간대 항공기 이착륙을 제한하는 ‘커퓨 타임(Curfew Time)’이 적용돼 항공사들의 국제선 스케줄 조정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때문에 정부와 전남도는 광주공항 임시 국제선 운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1일 광주에서 열린 지역 여행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광주공항 임시 국제선 운항을 위해서는 국제공항의 기준을 맞춰야 하는데, 지금부터 서둘러 추진한다고 해도 무안공항의 재개항 시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무안공항의 빠른 재개항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도 “사실상 실익이 없어 현실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주공항에 임시 국제선을 운영하려면 전용 터미널, 세관 검사대, 검역소 등 국제 CIQ(세관·출입국·검역) 시설을 설치해야 되고 국방부와의 협의도 필요하다”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결국 무안공항의 재개항보다 늦어질 수도 있는 만큼 무안공항을 안전한 공항으로 민들어 다시 활성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국제선 임시 운항을 원하는 4월에서 7월은 여행 비수기로 무안공항의 이용객 추이 분석 결과 이용률이 저조해 광주공항 임시 국제선 유치는 실익이 없다”며 “무안공항 안전시설 확충을 통해 오는 8월 재개항을 목표로 정상화를 추진 중이고, 지금은 무안공항이 서남권 대표 관문공항으로 재도약하도록 광주시와 전남도가 함께 노력할 시기인 만큼 더 이상 불필요한 논쟁이 진행되지 않도록 광주시와의 대승적인 상생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공항 활주로 길이는 2835m(2본)로 중형 기종을 활용한 동남아·하와이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지난 2007년까지 일본과 동남아 등지를 운항하는 정기편과 전세기가 이·착륙했으며 같은 해 11월 무안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국제선 기능을 넘겼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