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 홍남순 광주 생가 기념관 조성 속도
군부독재시대 민주인사 무료 변론
광주 궁동 기념공간 조성사업 착공
‘민주·인권’ 상징…당시 생활상 체험
“혼란스러운 정국 속 의미있는 일”
광주 궁동 기념공간 조성사업 착공
‘민주·인권’ 상징…당시 생활상 체험
“혼란스러운 정국 속 의미있는 일”
2025년 02월 12일(수) 18:18 |
![]() 광주 궁동 15번지에 위치한 홍남순 변호사 생가. 기념관 등 기념공간 조성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목조 지붕에 시멘트로 된 이 가옥 벽면에는 시멘트 균열이 이곳저곳 생겨 에폭시 고무줄 주사기 수십 개 꽂혀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고 홍남순 변호사 기념공간 조성사업 공사가 지난 1월 시작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업은 당초 2019년 시작하기로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홍 변호사의 가족들의 경제 사정으로 가옥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이후 매입을 위해 협의에 나섰고, 3년이 지난 2022년 4월이 돼서야 5억여 원을 들여 가옥을 샀다. 사업 진행을 위해 같은 해 10월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기존의 신축 계획을 철회하고 보수·보강 공사로 바꿔 진행하기로 했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는 저촉된 토지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 지난해 7월 동구청과 궁동공영주차장 관리실 이전을 추진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유물조사·전시계획 수립에 들어갔고, 5·18정신계승위원회 심의를 받아 올해 1월 공사에 착수하게 됐다. 지난 2017년 5·18사적지로 지정되고 기념관 사업 추진이 결정된 이후 6년 만이다.
![]() 홍남순 변호사 가옥에는 시멘트 균열로 인한 에폭시 고무줄 주사기가 꽂혀 있다. 정유철 기자 |
광주시 관계자는 “기념관 개관 예정일은 5월이지만, 전시 세부 내용에 따라 홍 변호사의 기일인 10월에 맞춰 개관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광주시가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홍 변호사의 발자취를 통해 인권·민주주의의 가치와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교훈을 알리기 위해서다.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홍 변호사는 군부 독재 시대에 양심수와 민주인사들을 위한 무료 변론 등에 헌신한 인권 변호사다. 1913년 3월 화순에서 태어난 그는 1957년 광주지법과 고법에서 판사로 일하다 1963년 변호사로 개업해 본격적인 인권변호사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개업 이후 그가 다룬 양심수·정치사범 변론 사건만 90건이 넘는다. 1980년에는 5·18민주화운동 수습대책위원으로 군부독재의 폭거에 항의하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1년 7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복권된 이후엔 5·18구속자협의회장과 5·18희생자 위령탑 건립 및 기념사업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 지난 3일 광주 동구의 고 홍남순 변호사 광주 생가에서 기념공간 조성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주변에는 구 전남도청과 구 상무관, 녹두서점 옛터, 광주 YMCA 옛터 등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공간들이 한데 모여 있어 ‘민주·인권’의 상징적인 장소로서 기릴만하다는 게 홍남순 기념사업회 측의 설명이다.
박 기념사업회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적인 인물, 홍남순을 기리기 위한 이번 사업은 혼란스러운 최근 정국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며 “민주주의에 평생을 바쳤던 홍남순의 발자취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홍 변호사 기념관 건립을 반기고 있다.
주민 김모(57)씨는 “오랫동안 이곳에 살며 가옥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홍남순 변호사가 5·18민주화 운동에 큰 역할을 한 만큼 기념관이 늦게나마 건립돼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옥 앞을 지나던 학생 임재준(19)씨는 “이 가옥과 홍남순 변호사에 대해서 처음 알았다”며 “5·18을 수업이나 영화를 통해 접했는데, 기념관 건립은 5·18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