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231>시안, 종루의 밤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2025년 02월 06일(목) 17:15
시안, 종루의 밤.
중국 샨시성(陝西省)의 중심이고, 중국 지형의 중심에 있는

시안(西安)은 역사의 고도다.

특히 당나라 때는 ‘장안(長安)’이라 부르면서 ‘실크로드’라는

무역로 활성으로 세계의 중심이라 했다.

그 시안의 중심에 ‘종루(钟楼)’가 있어 요즘 밤마다 난리가 나고 있다.



당나라 시대의 귀족들 의상을 차려입은 수많은 사람이

밤이면 밤마다 이곳으로 몰려든다.

조명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는 종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 특별한 날인가 했지만

알고 본즉, 기획된 것 없이 자발적으로 몰려드는 인파다.

가지각색의 의상과 장신구로 치장했다.

핸드폰으로 자신들이 직접 찍기도 하지만,

별도의 조명까지 준비한 거리의 사진사들이 신이 났다.



우리나라 유명 관광지에서도 한복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을 볼 수 있지만 모두가 외국인들뿐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좀 다르다.

객지에서 온 관광객도 있겠지만 외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고

그 많은 수가 현지인이라는 점이다.

언어를 비롯해 고유의 색깔을 생각 없이 버려가는 우리에 비해

자신들의 문화를 사랑하고 그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가는 것이

이들이 아닌가 한다.



구경하는 나도 괜스레 신이 나서 무료 사진사를 자처하고 나설까 했지만,

주변 눈치가 보였다.

이것도 하나의 자연스러운 축제다.

사진 찍고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종루의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