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실패한 계엄 아니라 예상보다 빨리 끝난 것”
헌재, 탄핵심판 4차 변론 진행
김용현에 직접 질문하며 변론
“내가 군 병력 철수 지시” 주장
“계엄 이유, 野 감시·비판 위해”
2025년 01월 23일(목) 18:05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핵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신문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변론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실패한 계엄이 아니고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구속 상태인 김 전 장관이 탄핵심판의 첫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대리인이 질문을 한 이후 김 전 장관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며 변론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어차피 계엄이란 게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렵고 포고령이 추상적이긴 하지만 상징적이란 측면도 있었다”며 “집행 가능성이 없지만 ‘그냥 놔둡시다’하고 말씀드리고 놔뒀는데 기억나는가?”라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께서 평상시보다 좀 꼼꼼하게 안 보시는 것을 느꼈다. 대통령께서 업무하실 때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법전을 찾는데 안 찾았다”고 대답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실현·집행 가능성이 없는데 상징성이 있으니 놔두자했고, (포고령에) 전공의 관련 내용을 왜 집어넣냐 하니 이것도 경고한다는 측면에서 그냥 뒀다고 해서 저도 웃으며 놔뒀는데 그 상황은 기억나는가”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말씀하시니까 기억난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실패한 계엄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변론했다.

윤 대통령은 “이것은 실패한 계엄이 아니고 저도 빨리 끝날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끝났다”며 “그 이유는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를 아주 신속하게 한 것도 있고 저 역시도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결의가 나오자마자 군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회의 정족수가 갖춰지면 그에 따라 계엄해제를 하겠다고 선 발표를 하기도 했다”며 “그렇게 해서 (비상계엄이) 끝난 거지 실패 원인이 무엇이냐고 (증인에게) 묻는 건 다분히 어떤 의도를 갖고…(질문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체 상황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어떤 군인도 정치적 소신과 입장이 다양하고 민주적인 철학을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군인들이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최상목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국가비상입법기구 쪽지’와 관련해서도 “계엄을 반대하는 기재부 장관에게 줄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기재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한다면 예산의 틀 안에서 한다는 취지로 밖에 보지 않을 수 없는가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비상계엄 선포 이유는 야당에 대한 경고뿐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며 “야당에 경고를 마무리해 봐야 소용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190명의 국회의원이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빠른 시일 내 국회로 돌아왔다”며 “비상계엄 효력 발생 시각이 11시인데 새벽 1시에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막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김선욱 기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