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AI 전쟁 시대, 국가 안보와 윤리적 활용 고민해야
최성주 반기문재단 외교안보실장·전 주폴란드 대사
96)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드론 기술
2025년 01월 20일(월) 18:26
작년 말, 눈 덮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평원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는 북한군의 모습을 언론을 통해 접한 바 있다.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동원된 북한군들은 ‘드론 받이’로 희생되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불법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신기술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가히 ‘기술 전쟁’으로 불릴 만하다. 전쟁에 동원되는 신기술은 드론, 사이버, 첨단 위성통신 및 인공지능(AI) 등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드론 전술이 현대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AI와 사이버 등 신기술이 전쟁의 양상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드론과 무인기는 사실상 동의어다. 즉, 사람이 탑승하여 조정하지 않는 무인비행체(UAV)를 의미한다. 드론의 최대 장점은 훌륭한 가성비다. 500달러 수준으로 군사용 드론을 구할 수 있다. 2000만 달러짜리 탱크나 300만 달러가 넘는 미사일처럼 많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초저공으로 날아다니는 드론은 레이더로 탐지하기도 어려워 은밀한 침투 공격에 적합하다. 무인비행체는 당초 군사적 용도로 개발되기 시작하는데, 최초의 무인기 형태는 19세기 중엽 오스트리아 및 미국에서 처음으로 개발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최초의 무인항공기를 발명하는 데 성공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대에 접어들면서 무인항공기는 적 기지에 투입되어 정찰과 정보수집의 임무를 담당한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원격탐지와 위성제어 장치 등 첨단장비를 갖춰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나 위험지역까지 그 영역을 확대한다. 나아가, 공격용 무기를 장착하여 지상군 대신에 적을 공격하는데 활용되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과학기술과 통신, 배달, 촬영 등 민간 및 상업용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드론은 그 형태에 따라, 회전익과 고정익 및 틸트로터형 등으로 분류된다. 회전익은 헬리콥터, 고정익은 여객기의 원리다. 틸트로터형 항공기는 양쪽 날개가 수직, 수평으로 움직이며 좁은 공간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 소형 무기인 드론은 군집을 이루는 ‘벌떼 드론’을 통해 군사적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드론 전쟁’으로도 불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자폭 드론과 1인칭 시점(FPV) 드론이 각광받고 있다. 중,장거리 자폭 드론은 적의 전차, 장갑차, 헬기 및 이동식 레이더 등을 타격하는 ‘저비용 고효율’ 무기로 주목받는다. 골판지로 제작되는 드론은 일종의 ‘종이비행기’인 만큼, 제작비가 더 저렴하고 탐지와 요격도 극히 어렵다. 골판지 드론은 우크라이나가 전투에서 활용하면서 그 성능이 입증되고 있다. 고글을 쓴 군인이 지상을 내려다보면서, 원격 조종하여 참호 속의 군인 등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1인칭 시점 드론(FPV)’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자율살상용무기(LAWS, 소위 ‘킬러 로봇’)의 경우, 로봇과 AI, 드론이 결합된 미래형 무기인데, AI가 장착된 로봇이 인간(적군)의 생사를 스스로 결정하는 문제에 대해, 국제법적 및 윤리적 측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다. 한편, 미사일 방어를 위해 요격 미사일이 동원되는 것처럼, 드론을 방어하는 데에는 고출력 에너지를 이용한 레이저 무기가 매우 효과적이다.

러시아-북한 간 불법거래의 일환으로 파견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최전선으로 내몰리며 다수가 드론에 희생되고 있다. 북한군의 1인당 봉급은 월 2,000불 수준이라고 하는데, 약 11,000명의 북한군이 파견되었으니, 상당한 규모의 ‘피 묻은 외화’가 김정은에게 송금되어 핵미사일 개발과 충성 확보용 자금으로 쓰일 것이다. 아울러, 전쟁에서 북한군들이 드론 받이로 희생되는 것을 보면서, 김정은은 현대전에서 드론의 위력을 실감하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우리의 드론 개발 역사를 잠시 짚어보면, 군사용 드론은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되어 최초의 군사용 드론인 ‘솔개’가 1981년에 개발된다. 현재, 우리의 드론 기술력은 세계 7위 수준이다. 2013년 북한의 소형 무인기 침투 사건이 발생하자, 우리는 군사적 대응 차원에서 레이저 대공무기 개발에 나선다. 그 결과, 2023년 4월 ‘드론 킬러’로 불리는 ‘천광(天光)’을 개발한 데 이어, 대량생산 및 전력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전에서 드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에 비추어, 2023년 9월 드론 작전사령부의 출범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유사시, 우리 군인들이 드론 방어용 무기를 각자 휴대하고 전투에 임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국방에 필요한 교훈을 얻어 미래전에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