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억할 것"···제주항공 참사 눈물의 합동추모식
참사 21일만에 무안공항서 추모식 진행
유족·정부관계자 등 1200여명 참여
곳곳서 희생자 이름 부르며 통곡
유족 대표 "사고 원인 명확히 밝혀야"
유족·정부관계자 등 1200여명 참여
곳곳서 희생자 이름 부르며 통곡
유족 대표 "사고 원인 명확히 밝혀야"
2025년 01월 18일(토) 17:29 |
진도 씻김굿 보존회원들이 18일 무안국제공항 2층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에서 추모 공연을 펼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20일 만에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합동추모식이 엄수됐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국토교통부, 전남도 등은 18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2층 국제선 대합실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을 열었다.
이날 합동추모식은 ‘우리가 함께 기억할게요’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유가족 700여명을 비롯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도 씻김굿을 시작으로 국민의례, 희생자 애도 묵념, 헌화·분향, 내빈 추모사, 추모영상 상영, 편지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혼맞이 소리와 추모곡이 구슬픈 판소리와 함께 흘러나오자 곳곳에서는 유족들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한 유가족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연신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냈으며 함께 추모식에 참석한 남편은 옆에서 손을 잡아주며 감정을 추수를 수 있게 다독였다.
비표를 받지 못한 300여명의 추모객들도 1층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추모식을 지켜보며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화면으로 유가족들이 눈물짓는 모습을 본 한 자원봉사자는 감정이 오롯이 전해져 오는 듯 연신 손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추모식에 정복을 입고 참석한 소방대원들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침울한 표정 일부 대원들은 눈을 감으며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헌화식에서는 희생자 179명의 이름과 공항 1~2층 계단에 남겨진 추모 메시지가 LED로 송출됐다.
눈물을 훔치던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소중한 가족들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20여일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시간은 사고가 나기 전에 멈춰있다”며 “희생자들이 이루고자 했던 꿈은 남아있는 우리의 몫이 됐다. 열심히 살아왔던 그분들과 사회 발전을 위해 그분들의 인생을 우리가 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참사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진상 규명을 철저하게 진행하겠다고 당부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정부는 유가족 여러분과 같은 마음으로 여러분이 아픔을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 나가겠다”며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필요한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 이 과정에서 모든 조사 진행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유가족 여러분에게 소상히 알릴 것이다”고 약속했다.
추모영상 상영과 유가족들의 편지 낭독도 이어졌다.
희생자 김영주씨의 딸 김다혜씨는 “참사 소식을 듣고 (아버지와) 살아서 만나길 기도했지만 다음 날 새벽 아빠의 차가운 시신을 마주하게 됐다”며 “하루 아침에 아빠를 볼지 못하게 될 줄 알았다면 한 번이라도 더 사랑한다고 말할 걸 후회가 된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김씨는 “아빠는 단순한 아버지가 아닌 친구이자 멘토였다”며 “아빠가 자주 말해주셨던 ‘너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아내 박현자씨와 딸 김수림씨를 잃은 가장 김영준씨는 “상처 하나 없는 얼굴로 엄마 품에 안겨 있던 딸을 찾은 것이 기적 같은 일이었다”며 “하늘나라에서도 서로 떨어지지 말고 아빠가 갈 때까지 손 꼭 잡고 있어 달라”고 울먹였다.
그는 이어 “딸이 참사에 휘말리기 전 꿈에 나와 송금을 했다. 딸에게 왜 송금을 했냐고 물으니 ‘외로움 값’이라고 하더라”며 “이제 외로움 값이 뭔지 알게 됐다. 지금은 세상의 어떤 말이나 글이 위로가 될 수 없듯, 외로움 값은 아내와 딸을 사랑해주고 남겨주신 분들과 함께 봉사하며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추모 영상 상영과 편지 낭독이 끝나자 일부 유가족들은 슬픈 감정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 가슴을 내려치거나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추모 영상을 통해 희생자 사진 나오자 어머니로 보이는 한 유족은 “아이고 아들아 엄마가 곧 따라갈게”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수습당국 관계자, 추모객들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거나 숨죽여 흐느꼈다.
추모식은 추모곡 ‘내 영혼 바람되어’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추모식을 마친 정부 관계자들과 유족들은 공항 활주로 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만으로 착륙하려다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을 정면충돌하고 폭발했다.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