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집회문화
2025년 01월 15일(수) 16:21 |
최도철 미디어국장 |
민중가요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격동의 세월을 보냈던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맞았다. 널리 알려진 노래들도 많다. ‘상록수’, ‘그날이 오면’, ‘광야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노래다.
게중 ‘애국가 다음으로 온 겨레가 아는 유일한 노래’라는 수식어가 붙은 민중가요도 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 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72년 유신철폐 시위에서, 87년 6월항쟁 시위에서 수십만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목이 쉬도록 불렀던 ‘아침이슬’이다.
이 노래는 대중의 갈채를 받는 ‘앞것’이 되기보다 스스로 얼굴 없는 ‘뒷것’이 되길 원했던 김민기가 1971년 세상에 내놨다. 이후 ‘아침이슬’은 때로는 청아하게, 때로는 결연한 목소리를 내뿜는 양희은을 통해 널리 알려진다. ‘아침이슬’을 처음 들은 양희은이 단박에 필(feel)이 꽂혀 서울재동국민학교 1년 선배인 김민기를 졸라 자신의 첫 앨범에 수록하면서다.
지난 12월 3일 늦은 밤, 전 국민을 분노케 한 이른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여 일이 지나는 동안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가열찬 시위가 이어졌다.
집회문화도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의도치 않게 로제의 ‘아파트’와 윤수일의 ‘아파트’가 만나는 세대통합도 일어났다. 주먹을 불끈 쥐고 장엄하게 민중가요를 부르던 세대와,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시위 필수곡으로 올리는 청년세대들이 함께한 탓이다.
한 장의 사진과 그림이 국민을 울리고, 세계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차디 찬 아스팔트위에서 은박지 한 장 겨우 둘러쓴 채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다 맞고 밤샘집회를 하는 ‘인간 키세스’들이다.
방송을 통해 이 모습을 보면서 영화 ‘하얼빈’에서 이토가 했던 말이 계속 뇌리에 맴돌았다.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힘을 발휘한다.-이토 히로부미”
그렇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우리만의 힘, K-멘탈이 누천년 동안 이 나라 이 민족을 지켜온 것이 분명하다.
최도철 미디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