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잘 키운 동네 기업 '머무르고픈 도시' 만든다
박소영 취재1부 기자
2025년 01월 13일(월) 17:44
박소영 취재1부 기자.
“성심당 빵 사러 대전 간다.”

대전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성심당에는 연간 1000만명 이상이 찾아온다. 오직 성심당 빵을 구매하기 위해 대전을 찾는 이들도 많다. 잘 키운 동네 기업 하나가 대전을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로 만든 것이다.

성심당의 성공은 수도권 집중, 지역 불균형,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로컬산업’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지역 대표 로컬 기업을 통해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고 나아가 지역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전남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소멸 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 ‘가장 늙은 지역’이라는 오명과 더불어 계속된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로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전남은 그간 대규모 관광단지·산업단지 조성, 6차산업 육성 등 지역 내 정주인구와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유치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남 소멸위험지수는 0.329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0.615의 절반 수준이다. 또 전국 인구 중 전남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8.7%로 매우 낮지만, 고령인구 비중은 26.4%에 달한다. 전남 22개 시군 중 광양, 순천을 제외한 20개 지자체가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될 정도로 전남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향해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지역의 자연환경, 문화적 자산 등 지역 고유 자원을 기반으로 다른 지역이 흉내 낼 수 없는 지역산업을 생산하며 지역 사회의 새로운 동력을 이끄는 만큼 지방소멸 극복을 위해서는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이 또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로컬 콘텐츠를 활용해 창업 시장에 뛰어든 청년 사업가들은 녹록지 못한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 정부 지원사업 의존, 유행에 지나치게 따라가는 콘텐츠 등 5년 이상 사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문을 닫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사회협동조합 그리곡성’을 운영 중인 추선호 대표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사업을 계속 운영하려면 자체적인 수익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스타트업에게 지원금은 독이든 성배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지원사업을 찾아가며 회사를 운영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지원사업이 사라지면 일이 끊기니 당장에 폐업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며 “지원사업은 초기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일이나 이를 잘 활용해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도모하는 방법으로 사용해야 하며,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이 지나치게 유행을 따라가고 있다. 지역 고유 가치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펼쳐가야 하는데, 대다수 제조업 중심에만 머물러 있다. 이름만 다른 똑같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니 경쟁력 부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역이 가진 고유 매력을 살리고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떠오른 ‘로컬크리에이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에 가시적인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이야말로 아주 작은 규모의 자본을 통해 지방소멸에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성심당과 같은 동네 기업이 가지는 산업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기에 정부가 주도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사업이 ‘반짝 정책’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