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尹 체포…국민들 ‘피로·불만’ 고조
무기력한 공수처에 실망감 드러내
“국가 수장, 법치국가 근간 흔들어”
농민들 ‘즉각체포’ 트랙터 출정 추진
국회 내 ‘백골단’ 등장에 시민 경악
“국가 수장, 법치국가 근간 흔들어”
농민들 ‘즉각체포’ 트랙터 출정 추진
국회 내 ‘백골단’ 등장에 시민 경악
2025년 01월 12일(일) 18:38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지난 11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6차 범시민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되고, 2차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5일이 지났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조용하기만 하다. 체포영장 집행 시기와 방식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1차 집행 당시 무기력하게 물러난 터라 국민들의 피로감과 답답함은 더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법 집행을 정면에서 거부하고 있는데, 수사기관이 이렇다할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지역민의 실망과 분노도 커지는 모양새다.
광주·전남 시민단체 및 정치권은 12일 일제히 윤 대통령에 대한 ‘즉각 체포’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고검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의 박균택(광산갑) 의원은 “지난 공수처의 대통령 관저 진입 실패는 윤 대통령 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라며 “내란 수괴는 구속수사가 원칙임에도 한 나라의 수장이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헌재 불출석 등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은 피의자로서 영장 집행에 응하고 정당한 수사·재판을 받아야 한다. 모든 상황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국민의힘 또한 여당이자 보수정당으로서 대한민국의 안정과 공동체 이익을 위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잘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석열정권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지난 10일 광주경찰청 앞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는 반드시 내란 수괴 윤석열을 체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비상행동은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허용된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해 내란을 진압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불법 쿠데타 수괴조차 체포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공권력을 다시 보게 된다면 국민의 분노는 공권력을 향하게 될 것”이라며 “체포를 방해한 자들도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체포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이른바 ‘남태령 대첩’을 이끌며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향했던 농민들은 다시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체포’를 촉구하며 출정하겠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사무국장은 “2차 영장이 발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체포가 안되면 저희는 다시 시동 걸어서 올라가겠다”면서 “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일권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의장 역시 “내란을 벌인 세력들을 옹호하는 국회의원까지 생기는 걸 보면서 나라가 진짜 제대로 돌아가는건지(모르겠다)”면서 “전농 중앙에서도 출정이야기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명 ‘백골단’의 국회 등장에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 9일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 체포 반대 집회를 벌였던 일명 ‘반공청년단’에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했다. 하얀 안전모를 쓰고 ‘백골단’이라 자처한 이들은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는 최근 민주노총의 대통령에 대한 불법 체포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 청년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1991년 4월 명지대 학생으로 시위에 나섰다가 백골단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고(故) 강경대 열사의 부친 강민조(83)씨는 “하얀 안전모를 쓴 ‘백골단’을 TV로 보고 아찔했다. 저런 사람들한테 맞아서 경대가 갔구나”라며 “(백골단 기자회견을 보고) 검안 때 본 얼굴이 찢어지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경대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억울해서 잠이 안 온다”고 토로했다.
지역민들 역시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정상택(56)씨는 “(강)경대의 관이 광주로 올때 현장에서 시위를 했었다. 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지만 결국 국민이 이겼다”면서 “그렇게 힘겹게 물리친 백골단을 2025년에 국회의원이 다시 국회의사당으로 불러 들였다는 것에 경악을 넘어 분노까지 느꼈다”고 말했다.
정씨는 “나 뿐 아니라 우리 세대 광주·전남 사람들은 백골단이라면 치를 떤다. 시위 현장에서 대학생들에게 날라차기를 하고 곤봉으로 머리를 으깨던 이들이 바로 그들”이라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병하·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