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제주항공 사고기 블랙박스, 충돌 4분 전부터 저장 안돼
메이데이 선언 당시 엔진 '셧다운' 가능성
2025년 01월 12일(일) 16:43 |
전남소방대원 등이 지난해 12월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의 실종자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12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에 따르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사고기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항공기가 로컬라이저 충돌 4분 전부터 자료 저장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여객기가 위급상황을 알리는 ‘메이데이’를 선언한 뒤 기체 고도를 높였다가 착륙을 시도할 때까지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으로 참사 직전 관제탑과 조종사가 나눈 교신 내용과 기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규명할 중요 단서가 없어진 것이다. 사고 당일 기체는 1차 착륙을 시도하던 오전 8시 59분께 메이데이를 외친 후 복행을 통보했다. 그로부터 약 4분뒤 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했다.
항철위는 앞서 사고 당일 현장에서 음성기록장치와 비행기록장치를 수거했다. 음성기록장치는 흙과 진흙 등 오염물질만 있어 외관상 온전한 상태였지만, 비행기록장치는 전원부와 자료저장 유닛 간 커넥터가 손상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6일 두 기록장치를 모두 워싱턴의 국가교통안전위원회로 보내 분석을 의뢰한 항철위는 애초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어렵다고 판단, 비행기록장치만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교차검증을 통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음성기록장치도 함께 미국으로 이송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사고 여객기가 메이데이를 외쳤을 때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모든 엔진에 이상이 생겨 고장이 난 경우 블랙박스도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진에 이상이 생겨도 비상용 배터리가 블랙박스 전원을 공급할 수 있지만, 사고 여객기인 B737-800기종은 비상용 배터리 역할을 하는 보조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한쪽 엔진에 이상이 생겨도 다른 한쪽으로 비행할 수 있는 쌍발 엔진 구조를 가진 해당 기종이 노즈기어와 메인기어 모두 나오지 않아 동체착륙을 시도했던 점도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엔진이 전부 파손됐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항철위 관계자는 “사고 조사는 CVR과 FDR 자료 뿐 아니라 다양한 자료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이뤄진다”며 “블랙박스 저장 중단 원인이 동력 상실인지 케이블 장치 오류인지 정확히 밝히고 사고 원인을 가리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