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라도 찾아왔으면"…무안공항 계단 채운 애끓는 추모편지
유가족·추모객 안타까움 가득해
애도·위로의 편지 끊이지 않아
"안전사회 조성" 추모 우체통도
2025년 01월 11일(토) 18:49
11일 무안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계단 난간에 유가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추모편지가 부착돼 있다. 장다인 인턴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14일차, 무안국제공항을 찾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추모 공간이 된 공항 계단은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 편지들로 빼곡히 덮였다.

11일 찾은 무안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계단에는 유가족과 추모객들의 슬픔이 담긴 추모 편지들이 가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깊은 애도의 마음과 고인과의 절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는 계단 난간을 빼곡히 메웠다.

편지에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곳에서 따스하게 영면하시기를...’ 등의 추모객들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일부 추모 편지는 ‘우리 엄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 말을 못해줬네’, ‘꿈에서라도 찾아와. 기다리고 있을게. 사랑해’ 등 희생자의 가족과 지인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애처로운 메시지가, ‘이제 고생, 근심 다 끝내고 천국에서 편하게 쉬렴’ 등 고인의 마지막 길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도 많은 이들이 아픔을 나누고,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편지를 남기며,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아프지 않고 편안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김현우(25)씨는 “지역에서 발생한 큰 사고로 많은 이들이 희생됐고, 유가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그들이 겪는 아픔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11일 무안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1층에 이근호(67) 손편지운동본부 대표가 설치한 추모우체통이 설치돼 있다. 장다인 인턴기자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사고 재발을 막자는 의미에서 자비를 들여 추모 조형물을 설치하고, 공항을 찾는 시민들의 추모를 돕는 이도 있었다.

이근호(67) 손편지운동본부 대표는 추모 계단 앞에 사고 여객기를 형상화한 붉은 우체통을 세워놨다. 계단 앞에서 추모객들에게 엽서와 편지지를 제공하며 추모 활동을 돕는 이 대표는 추후 공항 밖에 추모공간이 마련되면 우체통의 편지들을 옮겨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한 그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모뱃지를 자비를 들여 제작 중에 있다.

이 대표는 “30여년 전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어, 유가족들의 슬픔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 서울에서 내려왔다”며 “이 같은 참사가 계속해서 발생하지 않도록 추모 공간을 조성하고, 추모 편지들이 영구히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우체통이 우리가 더 안전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다짐의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며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붉은 우체통 조형물을 본뜬 추모 뱃지를 제작해 시민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무안=윤준명 기자·장다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