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 체제…최악의 국정 혼란 지속
2024년 12월 27일(금) 16:54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무위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관련 긴급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가 27일 멈춰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13일 만이다.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모두 탄핵돼 직무가 정지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 192명으로 가결시켰다. 국민의힘은 “원천무효”라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이 국회 탄핵소추의결서를 수령하면 한 권한대행 직무는 정지된다.

향후 국정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이끌게 된다. 최 권한대행은 2주 전 한 권한대행과 마찬가지로 ‘안정적 국정운영’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국정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차례 전례가 있는 대통령 탄핵과 달리,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는 초유의 상황이다.

최 부총리도 이날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전 “국가적 비상상황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와 민생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무총리는 평시에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기 때문에 대통령 직무 정지시 비교적 준비된 상태에서 국정 전반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장관이 겸직하는 경제부총리는 경제통상 분야만 관장하기 때문에, 평시에는 사회 분야와 외교안보 정책을 다루지 않는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구성원도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일본 등 주요 우방국이 한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고 외교관계 회복에 나선 상황에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새로 출범하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

이처럼 다수의 난관 속에서, 최 부총리는 우선 시장 안정 메시지를 내는 한편 원·달러 환율 1480원 돌파와 내수 침체 장기화 등 경제 위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갈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에서 “국정 중단 가능성에 대한 대내외 불안요인을 신속히 정치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까지 기재부 장관 업무에만 전념해온 최 부총리가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경제 사령탑의 위기 대응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기의 원인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는 “환율이 내려가다가 한 권한대행 탄핵 얘기가 나오면서 1460원을 뚫고 있다. 제2의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환율은 계엄 선포로 요동쳤고 탄핵 부결, 윤석열 담화, 한덕수의 헌재재판관 임명 거부에 폭등했다”고 주장했다.

1월 미국 신행정부 출범 대비도 어려운 과제다. 최 부총리는 외교권과 군통수권을 행사하게 된다. 1월20일까지 권한대행직을 유지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정상외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대행의 대행’이기 때문에 격식이 중요한 외교전에는 한계가 있다. 한 권한대행 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양국 관계를 재확인하는 등 성과를 냈으나 전방위 외교 재개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국내 정치적 혼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우선 비상계엄 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포 여부와 헌법재판관 3인 임명 여부를 직접 결정해야 한다.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체는 한 권한대행 탄핵으로 일단 좌초된 상태다.

상황 전개에 따른 야권의 추가 탄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이 되면 헌법재판관 3인을 즉시 임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탄핵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된다.

나아가 5인 이상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연이어 이뤄질 경우 국무회의가 멈춰서면서 행정부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의결권을 가진 국무위원은 최 부총리를 포함해 15인인데, 5인이 추가 탄핵되면 개의 정족수 미달로 국무회의가 열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