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표시 위반 '기승'…‘남도김치’ 이미지 실추 우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일제점검
중국산 고춧가루 등 15곳 위반
재료 납품 업체 피해사례 발생
“통관~유통 전 과정 집중점검”
2024년 12월 19일(목) 18:32
김장철을 맞아 한 시민이 배추를 다듬고 있는 모습. 뉴시스
광주·전남에서 유통·가공되는 배추와 절임배추 등의 원산지를 둔갑해 판매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산지가 다른 배추를 포대갈이를 하거나 중국산 고춧가루, 소금 등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등 수법도 다양한데다 중국산 김치나 깍두기를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는 사례도 있어 광주·전남의 우수 먹거리인 ‘남도김치’ 이미지 실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 10월10일부터 12월6일까지 57일간 김장철을 맞아 유통량이 증가하는 배추김치 및 김장 채소류를 중심으로 원산지 표시 일제점검을 실시, 총 180개소를 적발했다.

광주·전남에서는 총 1638명이 투입돼 9440개소를 조사했으며 이 중 15개소가 적발됐다. 11개소는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했으며, 4개소는 원산지를 미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속 결과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A업체의 경우 무안에 위치한 배추밭에서 포전거래로 배추를 구매한 후, 그물망 작업 과정에서 해남땅끝배추로 원산지를 거짓표시해 적발됐다. 위반수량은 총 20톤으로 금액은 1700만원이다.

B업체의 경우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해 김치를 제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고춧가루로 원산지를 표시했으며, 판매 및 보관 중 적발됐다. 위반수량은 200㎏로 금액은 무려 1억5000만원에 달한다.

C업체의 경우 중국산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유통업체로부터 구매, 본인 제조공장에서 박스갈이해 국내산 배추김치와 깍두기인 척 판매하다 적발됐다. 위반수량은 총 13톤이다.

지역 한 농·수·축산물 유통업체의 경우 한 가공업체에 김치를 의뢰했다가 중국산 소금을 국내산으로 속인 절임배추를 가공, 납품받았다가 전량 회수·폐기처분하는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해당업체 관계자는 “국내산이라고 믿고 납품받아 판매했다가 적발된 사례를 듣고 전량 회수했다”며 “이는 농수산물을 믿고 사주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로, 막심한 손해 뿐만 아니라 자사 이미지까지 실추된 상황인 만큼 법적 대응과 손해배상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각종 김장 재료 제조 및 유통 과정을 일일히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지역의 우수한 재료로 만든 ‘남도김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매년 ‘김치대전’ 등을 통해 지역 김치의 맛과 우수성을 알려나가고 있는 만큼 거짓 원산지 표기 등의 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 관계자는 “수입농축산물 통관자료 및 유통이력관리 정보, 수급 상황 및 가격 동향 등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사안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라며 “부정유통 개연성이 있어 보이는 식품 제조 및 가공업체에 대해서도 광주시와 전남도 간 협력 강화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 및 부정 유통 근절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산 김치와 배추 등 구입량 및 원산지 표시 확인, 유통업체 가공·판매업체 등에 판매한 내역을 추적해 원산지 표시 위반 여부 조사 등 상습적이고 규모화 된 위반사범 단속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