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토종감 ‘맛의 방주’ 등재…미식도시 완성 박차
국제슬로푸드협회서 고유성·가치 인정
지역 토종감 활용 집장·단술 등재 추진
전통 조리법 고수 정체성 반영 노력 성과
음식·관광 명소 접목 미식도시 완성 목표
지역 토종감 활용 집장·단술 등재 추진
전통 조리법 고수 정체성 반영 노력 성과
음식·관광 명소 접목 미식도시 완성 목표
2024년 12월 19일(목) 18:02 |
맛의 방주에 등재된 장성 재래감 ‘고종시’. 장성군 제공 |
장성군은 맛의 방주 등재에 이어 토종 농산물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재)장성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활용해 토종 씨앗 확보로 지속가능한 전통농업 실현에 주력하며 미식 도시 완성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슬로푸드국제협회 인증
1997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푸드국제협회 ‘맛의 방주’는 국가와 지역을 초월해 고유한 음식문화유산을 보호·육성하는 데 목적을 둔 사업이다.
향토음식, 장인 생산물 등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음식이나 식재료, 관련 문화를 아울러 ‘맛의 방주’ 목록에 등재해 관리하고 있다.
향토음식과 이를 만들고 지키는 사람들을 널리 알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게 목표다.
‘맛의 방주’라는 명칭은 기독교 성서 속 노아가 대홍수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상의 모든 동·식물을 실을 수 있는 배(방주, 方舟)를 만들었다는 데서 기인했다.
등재 조건은 △지역 생산물 이용 △전통 조리법 고수 △지역 정체성 반영 △일정량 생산 △멸종위기 식품 등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6000여 건이 ‘맛의 방주’에 등재되어 있다.
●향토음식 시식회 등 노력 결실
장성군은 2023년부터 ‘맛의 방주’ 등재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중 가장 주목받은 행사는 지난해 9월 장성로컬푸드 첨단직매장에서 열린 ‘남도 맛의 방주와 장성 향토음식 시식회’였다.
시식회에서 장성군이 공개한 향토음식은 ‘토종감’과 ‘집장’, ‘남도 단술’이었다. 시식회에선 토종감을 재배하고 있는 김병권 은하농원 대표와 집장을 담그는 김봉화 남도음식명인, 단술을 만드는 지옥순 심지네푸드 대표가 참석해 향토음식을 소개하고 슬로푸드국제협회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토종감’은 장성꽃시, 장성상추감, 장성비단시, 장성쇠또가리, 장성고종시, 장성월하시, 장성수시, 장성먹시 등 8종을 일컫는다.
‘집장’은 찹쌀을 섞어 만든 고추장으로 고춧잎, 무청 등 삭힌 채소로 전체 간을 해 짜지 않으면서 깊은 맛이 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장성 필암서원에서 만들어 먹다가 인근 동네로 확산됐다고 전해진다.
‘남도 단술’은 쌀밥을 엿기름으로 발효해 만든 전통 음료로 선조들의 갈증과 허기를 달래줬다. 지금도 장성지역 일부 음식점에선 식사 전후로 단술이 나온다.
시식회 이후로도 꾸준히 ‘맛의 방주’ 승선을 추진해 온 장성군은 최근 슬로푸드국제협회로부터 토종감이 방주 목록에 등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군은 토종감의 고유성과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집장과 남도 단술도 추가 등재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난해 9월 장성군이 로컬푸드첨단직매장에서 ‘남도 맛의 방주와 장성 향토음식 시식회’를 열었다. 장성군 제공 |
장성군은 ‘맛의 방주’ 등재와 함께 토종 농산물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토종 종자로 재배한 토종 농산물은 전통음식의 맛을 구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식재료로 꼽힌다.
재배 과정에선 화학비료나 농약 사용을 최소화한 친환경 전통농법을 사용해 건강에도 이롭다는게 장성군의 설명이다.
국내 환경에 잘 적응된 품종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강한 생명력을 지녀 병충해가 발생하더라도 씨앗을 남길 수 있다.
다양한 품종을 적은 양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하나의 작물을 대량 재배하는 ‘단작화’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단작화 농법은 땅의 양분이 한 작물에만 집중돼 다른 농사를 지을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장성군과 (재)장성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토종씨드림’과 함께 토종 종자 발굴, 토종 농산물 재배교육, 농가 조직화 등에 힘을 모으고 있다. ‘토종씨드림’은 토종 씨앗과 전통농업을 지키고 확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설립된 민간단체다.
지난 3월에는 (재)장성먹거리통합지원센터, 장성토종씨앗연구회, 백양사 천진암 정관스님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장성지역 토농 농산물을 활용한 음식 개발과 지역농산물 우수성 홍보 등에 주력하고 있다.
장성군은 추후 토종 농산물 재배면적을 확대해 장성로컬푸드직매장 등을 활용한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토종 먹거리 육성과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 장성군의 행보는 남도의 자랑인 ‘음식’으로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장성군은 백양사 사찰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관 등을 조성하는 ‘K-사찰 음식관광 명소화사업’ 추진과 외식산업전문기관 ‘더본외식산업개발원 장성센터’ 구축을 양대 동력 삼아 세계적인 ‘미식도시’로 도약하기 위함이다.
전남 최고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백양사를 필두로 축령산, 장성호, 필암서원 등 관광명소를 지역특화음식과 접목해 지속가능한 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토종 먹거리가 ‘장성산 K-푸드’의 매력을 한층 더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미식도시 완성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장성=유봉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