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유망주 동훈이, 선수용 축구화 선물에 ‘웃음꽃’
초록우산 2024 산타원정대 <2>
국가대표 희망 취약계층 초등생
새 축구화 마련도 어려운 처지
어머니 “하나뿐인 아들 꿈 응원”
560명에 성탄절 소원선물 전달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기회를”
2024년 12월 10일(화) 18:57
이동훈(10·가명)군이 축구공을 가지고 연습을 하는 모습. 초록우산 광주본부 제공
“손흥민 선수처럼 세계무대에서 빛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빌라에서 캄보디아 출신의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동훈(10·가명)이는 국가대표 미드필더를 꿈꾸는 축구 유망주다. 동훈이는 남들보다 월등한 운동신경을 가져 체육시간이면 학교에서 알아주는 골잡이로 활약하고 있다. 동훈이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체계적으로 축구를 배워본 적이 없었지만, 최근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한 기관의 후원 덕에 축구교실 선수반에 합류하게 됐다.

동훈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축구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가 슈팅, 패스, 드리블 등 기본기는 물론 전문적인 훈련까지 실력을 갈고닦는 데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훈련의 결과로 실력은 ‘일취월장’하고 있지만, 선수용 축구화 하나 새로 마련하기 어려워 동훈이는 오늘도 애지중지 아끼는 ‘낡고 해진’축구화 한 켤레를 수선해서 신는다.

초록우산 광주본부는 동훈이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새로운 축구화 세 켤레를 선물할 계획이다. 이는 초록우산 전국 20개 지부에서 지난 200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초록우산 산타원정대’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민(후원자)들이 산타가 돼 저소득 아동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는 초록우산의 연말 대표 캠페인이다. 취약계층 아동에게 꼭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후원자들은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사회에 희망과 사랑을 전달하자는 취지다. 초록우산 광주본부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저소득 가정 및 보호아동들을 위해 올해도 아이들의 소원선물과 함께 난방비,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자립키트’를 선물할 방침이다.

동훈이의 모친 소마나(33·가명)씨는 나주에 위치한 정육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매일 새벽버스를 타고 먼 거리를 출근해 저녁이 다 돼서야 퇴근하는 강도 높은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소마나씨는 어린 아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많다.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걱정에 축구화 하나 사달라는 어리광도 못 부리는 철든 동훈이의 마음은 그녀를 더욱 아프게 해왔다.

소마나씨는 “하나뿐인 아들의 꿈을 제대로 도와줄 수 없어 마음이 아팠는데, 초록우산을 비롯한 후원기관의 도움 덕에 동훈이가 축구를 계속할 수 있어 다행이다”며 “앞으로도 동훈이가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응원할 것”이라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동훈이는 “늘 나에게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시는 초록우산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면서 “새 축구화를 신고 더 열심히 훈련해서 꼭 (손)흥민이형과 (이)강인이형처럼 세계무대를 호령하는 축구선수가 돼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초록우산 광주본부는 이번 ‘산타원정대’를 통해 동훈이를 비롯해 560명의 광주지역 취약계층 아동에게 ‘소원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부터 아이들의 사연을 접수받았다. 어린아이들이 보내온 편지에는 단순한 선물이 아닌,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한 절실한 염원이 담긴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밖에도 올해는 장기화된 경제침체의 영향 탓에 아이들의 소원선물 중 부모와 조부모 등 보호자를 위한 따뜻한 소원들도 다수 접수된 것이 특징이었다.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지웅(12·가명)이는 고장난 청소기와 밥솥으로 힘들게 살림을 하는 할머니를 위해 새로운 청소기와 밥솥을 갖고 싶다는 소원을 초록우산에 보냈다. 또 매일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아빠가 무료로 나눔받은 낡은 침대 대신, 편안한 침대에서 휴식할 수 있도록 새로운 침대를 받고 싶다는 내용의 소원들도 있었다.

올해 초록우산 광주본부의 산타원정대 모금 목표액은 2억4000만원이다. 지역 경제가 어려운 만큼 기부문화의 위축이 우려되지만, 불경기일수록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올해 목표액을 상향 조정했다고 초록우산은 설명했다.

초록우산 광주본부 관계자는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꿈꾸지 조차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번 산타원정대 캠페인을 통해 아직 많은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주셨으면 좋겠다”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신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선물을 이야기 하는 철이 일찍 든 아이들이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마음껏 꿈꿀 수 있도록 별처럼 빛나는 아이들의 소원을 응원해달라”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광주지역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산타가 되고 싶다면 누구나 ‘산타원정대’에 참여할 수 있다. 참여를 희망하는 경우 문자(010-6601-3513)로 ‘산타원정대 후원희망’이라고 보내거나 초록우산 광주본부(062-351-3513)로 문의하면 된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