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35년만의 우승 카퍼레이드… 광주가 들썩였다
30일 금남로 거리서 축하 시가행진
선수단 보러 1만명 구름인파 ‘발길’
DJ센터서도 ‘V12 타이거즈 페스타’
“한해동안 큰 위안… 왕조재건 확신”
2024년 12월 01일(일) 18:49
KIA타이거즈 이범호 감독과 나성범 주장을 비롯한 선수들이 30일 광주 동구 금남로5가에서 전일빌딩245까지 V12 우승 축하 카퍼레이드(차량 시가행진)를 펼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우승 축하 시가행진은 전신 해태 타이거즈 때인 1989년 이후 35년 만이다. 나건호 기자
11월의 마지막 날, 광주 동구 금남로와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일대에는 KIA타이거즈의 12번째 통합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수많은 야구팬이 운집했다. 저마다 타이거즈의 상징인 붉은색 모자를 쓰거나 가을점퍼를 입고,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한겨울 열린 도심 복판 야구축제를 만끽하며 다가올 내년 봄날을 기약했다.

30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는 KIA타이거즈의 2024 신한은행 SOL뱅크 프로야구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기념하기 위한 카퍼레이드(차량 시가행진)가 열렸다. 이날 시가행진은 KIA타이거즈의 전신인 해태타이거즈의 1989년 우승 이후 35년만이다.

오후 2시께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경찰과 군악대를 뒤따라 금남로5가에 모습을 드러내자, 거리는 한국시리즈 당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열기를 그대로 옮겨온 듯 시민들의 함성과 환호로 가득 찼다.

시민들이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자 이범호 감독과 김선빈, 양현종, 김도영 등 우승 주역들이 차 위에서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버스는 금남로를 천천히 이동했고,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선수들의 사진을 찍거나, 소중한 추억을 영상으로 남기기에 바빴다.

광주의 향토사단인 제31보병사단 군악대가 연주한 응원가 ‘KIA 없이는 못 살아’와 ‘외쳐라 최강KIA’가 거리 곳곳에 울려 퍼지자, 금남로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팬들은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을 축하했다.

KIA타이거즈 ‘V12 우승 축하 카퍼레이드’가 진행된 30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김강찬(계림초 5년)·명보담(풍향초 5년)·정세인(효동초 5년)군이 2025시즌 KIA타이거즈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야구선수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은 ‘위풍당당’하게 퍼레이드를 펼치는 선수들의 얼굴을 한명 한명 눈에 담으며, 언젠가 타이거즈 선수단의 일원으로서 이 자리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김강찬(계림초 5년)·명보담(풍향초 5년)·정세인(효동초 5년)군은 “다니는 학교는 세명 모두 다르지만, KIA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친구가 됐고, 야구선수를 꿈꾸게 됐다”며 “언젠가 (정)해영이형, (윤)영철이형과 꼭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고 수줍게 웃어보였다.

이승현·조성찬(충장중 2년)군도 “(이)의리형과 (김)도영이형을 롤모델로 삼으며, 학교 야구부에서 매일 기량을 갈고닦고 있다”며 “올해 한국프로야구 무대를 제패한 KIA선수단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프로구단 지명을 넘어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큰 선수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들은 올 한해 타이거즈의 질주를 보며 매일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야구시즌이 시작되는 다가올 봄을 벌써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홍다현(27)씨는 “타이거즈 야구를 보며 자라와 뼛속까지 KIA의 팬이다. 올 한해 선수단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12번째 우승을 완성해 내는 모습을 보며 매일 고된 하루를 이겨냈다”면서 “최고의 경기력으로 시민들에게 웃음을 안겨준 선수단에게 감사하다. 벌써 내년 야구시즌이 기대된다. 내년도 ‘어차피 우승은 타이거즈’라고 자신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KIA타이거즈 ‘V12 우승 축하 카퍼레이드’가 진행된 30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홍순익(77)씨가 타이거즈 초대 우승기념공을 들고 KIA타이거즈의 ‘왕조재건’을 응원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한국야구 전설로 남은 해태타이거즈의 탄생을 지켜봤던 올드팬들의 감격은 남달랐다. 이들은 35년만의 시가행진을 지켜보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는 등 오랜 추억에 젖어들었다.

홍순익(77)씨는 “선동열과 이종범을 필두로 한국야구를 주름잡던 해태타이거즈의 명경기들이 기억에 선하다”며 “올해 그에 버금가는 강력한 투타의 조화로 올드팬에게는 향수를, 시민들에게는 행복을 안겨준 타이거즈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올해를 ‘왕조재건’의 원년으로 삼아 다시금 한국프로야구 최강구단으로써 거듭날 것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날 오후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도 KIA타이거즈 선수단이 팬들과 우승을 자축하는 ‘V12 타이거즈 페스타’가 열렸다. 5000여명의 팬들이 참여한 이날 행사는 팬사인회와 선수단 토크쇼, 축하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시종일관 뜨거운 호응과 함께 성공적으로 진행된 행사에서는 선수단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위해 먼곳에서 광주를 찾은 팬들이 눈에 띄었다.

30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KIA타이거즈의 12번째 통합우승을 기념하는 ‘V12 타이거즈 페스타’가 열린 가운데 이준상(12)군이 아버지와 함께 응원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정성현 기자
아버지의 손을 잡고 서울에서 온 이준상(12)군은 “아침 비행기를 타고 광주를 찾아왔다. 일찍 일어나는게 힘들었지만 막상 와보니 너무 재밌고 즐겁다”며 “김도영 선수가 운동도 잘하고 잘 생겨서 너무 좋다. 오늘 야구공에 사인 받은 게 제일 값진 것 같다. 내년에도 우승해서 ‘야구 왕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만날 두근거림을 안고 휠체어를 끌고 온 장애인 팬도 있었다. 지체 뇌병변 장애가 있는 이민우(35)씨는 KIA 마스코트 호돌이 인형이 가득 달린 휠체어를 끌고 팬페스타 포토존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그는 지난 4월20일 KIA의 광주 홈경기에서 아버지와 함께 시구·시타에 나서기도 했다.

30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KIA타이거즈의 12번째 통합우승을 기념하는 ‘V12 타이거즈 페스타’가 열린 가운데 이민우(35)씨가 아버지와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정성현 기자
이씨는 “지난 2017년 KIA가 V11을 달성한 순간부터 타이거즈에 푹 빠졌다. 올해 꼭 우승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5차전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경기장을 찾았다”며 “정규시즌부터 매번 짜릿한 순간을 선사해 준 이범호 감독과 선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꼭 우승해 V13을 달성할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성현 윤준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