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노점 신고 급증… 붕어빵 장사들 ‘전전긍긍’
겨울철 대표간식 손님 줄 이어져
도로 무단 점용 민원 제기 잇따라
'통행 불편 죄송' 안내문 내걸어
자릿세 내고 사유지서 장사 늘어
2024년 12월 01일(일) 18:47
지난달 27일 광주 남구 월산동의 한 붕어빵 노점에 ‘통행에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상아 기자
지난달 27일 찾은 광주 동구의 한 붕어빵 노점. 광주·전남지역에 첫눈이 내리며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붕어빵을 파는 노점 앞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팥 붕어빵 2개와 슈크림 붕어빵 2개를 주문한 대학생 이유빈(22)씨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홀리듯이 붕어빵을 주문했다”며 “추운 날씨에만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다 보니 생각날 때마다 들러서 사 먹곤 한다. 길거리에 설치된 붉은색 천막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걸 보고 추운 계절이 돌아왔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원재료값 상승으로 가격이 오른 붕어빵이 여전히 겨울철 인기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붕어빵과 역세권을 합친 ‘붕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고, 붕어빵 맛집을 소개하는 애플리케이션(앱)과 SNS 게시글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붕어빵의 인기는 늘고 있지만 붕어빵 노점상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붕어빵을 기다리는 손님들의 행렬이 늘어나 장사가 잘 될수록 민원 제기 가능성이 높아져 마냥 기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날 찾은 광주 남구의 한 붕어빵 노점에는 ‘통행에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7년 동안 붕어빵을 팔았다는 상인 A(53)씨는 붕어빵 틀을 뒤집으며 “장사하다 보면 매년 3~4번 정도 신고가 접수된다”며 “일단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면 신고 접수 내용도 알지 못한 채 자리를 이동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붕어빵의 인기가 오르자 민원도 매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3년간 광주 북구에 접수된 붕어빵 노점 신고 건수는 2021년 98건, 2022년 133건, 2023년 147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벌써 14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동구도 올해 32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서구는 66건, 남구는 15건, 광산구(호떡 노점 포함)는 245건으로 매년 신고가 늘고 있다.

노점 영업을 위해서는 지자체로부터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영업신고를 해야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노점은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붕어빵 노점 상인들은 지자체의 단속을 피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장사를 이어간다. 이 탓에 요즘은 사유지에 자릿세를 내고 장사를 하거나 마트나 카페 등의 상가 내부에 자리를 잡고 붕어빵을 파는 상인도 늘었다.

A씨는 “올해는 인근 병원 측에 양해를 구해 자릿세를 지불하고 병원 앞 사유지에 자리를 잡아 장사를 하고 있다”며 “다른 상인들의 경우에도 불법 노점 신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대부분 매장 내부로 들어가서 장사를 하거나 사유지에 자릿세를 내고 장사한다. 대로변에 비해 유동 인구가 많지 않아 매출이 줄었지만 그래도 신고 부담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점포를 합법화하는 ‘노점 허가제’를 도입했지만, 아직 광주에서는 노점을 합법화하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노점 주변에서 간식거리를 파는 상가 상인들의 민원이 가장 많은 편이다”며 “붕어빵 노점은 대부분 허가받지 않고 운영하고 있어서 도로법과 식품위생법상으로 불법이라 신고가 들어오면 강제 조치나 과태료 부과 등 행정적인 조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