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원 포장마차 거리 재구조화 추진 ‘논란’
시, 공영주차장 폐쇄·광장 개방
시민에 쾌적한 도로 제공 목적
‘불법영업’ 포차 양성화 부적절
“세금 성실히 낸 상인 억울” 반발
2024년 11월 27일(수) 18:30
광주시가 최근 남구 광주공원 포차거리 앞 공영주차장을 폐쇄하는 등 재구조화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8일 공영주차장이 폐쇄된 가운데 시민들과 관광객 등이 광주공원 포차를 이용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윤준명 기자
광주시가 수억원의 시비를 투입해 ‘광주공원 포장마차 거리’가 들어선 교통광장 일대를 재구조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공간을 시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취지지만, 혈세를 들여 ‘불법’ 포장마차 거리를 양성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인근 상인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27일 광주시와 남구 등에 따르면 광주시는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자 중심) 사업’의 일환으로 남구 구동 2-2번지 일대 ‘교통광장 재구조화 사업(청춘 빛포차 거리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은 ‘광주공원 포차거리’로 유명한 곳으로. 광주시가 운영하는 문화·체육·관광 홈페이지 ‘오매광주’에서 광주의 추천 관광지로 소개되기도 했다.

3억5000만원의 시비가 투입되는 재구조화 사업은 연말까지 광주공원 앞 노상 공영주차장 49면을 폐쇄하고, 광주공원과 향교, 희경루 등 역사·문화 자원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쾌적한 도로교통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울러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집결지로 사용됐던 역사성을 고려해 더 이상 주차장으로 방치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돌려주려는 의도도 있다.

이런 가운데 보행자 중심의 문화·먹거리 광장을 만들기 위한 가칭 ‘청춘 빛포차 거리’ 조성을 둘러싼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광주공원 포장마차거리는 1970년대 시작돼 50여년 넘도록 광주시민과 함께한 장소이지만, 단 한번도 정식 영업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 수십년간 사실상 불법영업이 지속돼 온 것이다.

불법 포장마차 운영이 가능했던 이유는 광주시 관할인 광주공원과 남구의 구유지인 공영주차장 사이에 절묘하게 위치해 관리·감독의 주체가 모호했고, 이에 따라 원활한 단속과 계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 단속 권한은 자치구에 있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일제 단속 등이 이뤄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광주시가 최근 남구 광주공원 포장마차 거리 앞 공영주차장을 폐쇄하는 등 재구조화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8일 공영주차장이 폐쇄된 가운데 시민들과 관광객 등이 광주공원 포차를 이용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윤준명 기자
특히 이곳은 지난 2020년 광주시가 영업 합법화를 시도했으나 타 노점상과의 형평성과 식품위생법상 시설기준 미달 등을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재구조화 사업 추진도 과거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시는 사업계획 발표 전후로 포차거리 상인들과의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기존 포차거리 상인 대부분이 반대했고, 일부 상인은 신용불량으로 사업자 등록조차 할 수 없다며 당장의 합법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포장마차 상인들과 달리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며 정상적으로 가게를 운영해 온 인근 상인들의 불만도 치솟고 있다.

한 상인은 “정상적인 허가절차 없이 불법 운영되는 포차거리가 광주의 ‘랜드마크’라는 이유로 시의 지원을 받으며 양성화 되는 것으로 보여 소상공인으로서 억울한 심정”이라며 “포차거리가 지역사회 내에서 지닌 가치를 고려하더라도, 시에서 형평성과 공정성을 저버린 행정을 한다면 누가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장사를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광주시는 이번 재구조화 사업의 주목적이 ‘포장마차 거리 활성화’는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교통광장 일대 재구조화를 통해 공영주차장 내 장기 방치 차량 문제를 해소하고 광장을 찾는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으로 포차거리 활성화가 주된 목적은 아니다”면서 “도로점용료 징수 등은 현재 시에서 검토 중인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그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병하·윤준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