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배경 광주에 젊은 독자 집결
'한강문학기행' 30일부터 1박2일
전국 대학생 60여명 광주 방문
금남로투어·5·18묘역·문학강연
김길자 어머니 간담회 등 개최
2024년 11월 27일(수) 17:40
소설가 한강. 뉴시스
한강 작 ‘소년이 온다’
“젊은 독자, 어린 독자들이 많이 읽어주면 좋겠다. 광주가 이제 점점 언급이 안 되고 있다. 교과서에도 자세한 정황이 나오지 않아 왜곡된 이야기를 듣기 쉬워 자라나는 세대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 작가는 지난 2014년 6월10일 소설 ‘소년이 온다’ 발간 직후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독자들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2024년 10월10일. 한국 문학사의 새역사를 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뒤 작가의 바람이 이뤄질 뜻깊은 행사가 오월문학 성지 ‘광주’에 마련된다.

광주문화재단, 5·18기념재단, 5·18민주화운동교육관이 공동주최하는 ‘한강문학기행’이 오는 30일과 다음달 1일 이틀간 전국 대학생 60여명을 대상으로 광주시 일원에서 펼쳐진다.

한강 작가의 글을 따라서 걷고 기억하기 위해 ‘소년이 온다’ 소설 속 광주를 직접 방문하는 행사로 경북대학교, 고려대학교, 서강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홍익대학교 재학생 60여명이 동행한다.

한강문학기행단은 1박2일간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의 의미를 되새기고 광주 정신을 향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첫날인 30일 이달 개소한 전일빌딩245 북카페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 출신 소설가인 이진 작가와 ‘인권감수성의 새로운 지평- 광주 5월과 여성’을 주제로 대담한 뒤 ‘소년이 온다’ 등장 배경인 금남로 거리, 상무관, 옛전남도청 등을 둘러본다. 이후 5·18민주화운동교육관으로 이동해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가 된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와 간담회를 갖고 1일차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튿날인 다음달 1일에는 ‘소년이 온다’에 등장하는 희생자들과 열사들을 만나기 위해 국립5·18묘역을 순례하고, 전남대학교로 이동해 ‘한강의 시선으로 광주를 보다’라는 주제로 김영삼 전남대 국문과 교수의 강연을 들을 예정이다.

이번 한강문학기행에 대한 참가자들의 기대도 크다.

한강문학기행 참가자 학국외대 조세연씨는 “평소 한강의 문학을 좋아해서 이번 기행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 광주 방문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고 싶다”며 “역사에서 배제된 집단이 아니라 직접 역사를 써 내려간 주체로 섰던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1980년 5월을 치열히 뚫어냈던 이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주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문학기행을 계기로 ‘소년이 온다’의 도시 광주를 방문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질 것 같다”며 “앞으로 5·18 관련 기관 등과 협업을 강화해 전 국민이 광주를 더 깊이 배우고 경험하도록 차분히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강문학기행 프로젝트는 한국외대 생활도서관 주관 ‘소년이 온다’ 독서모임을 통해 대학생 참가단을 모집했다. 소설의 등장 배경인 광주를 방문해 5·18의 역사 현장과 유족 등을 면담한 뒤 기행문을 추후 문집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한강문학기행’ 포스터. 광주문화재단 제공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