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신>전남교육의 눈물
김영신 전남교육청 교육국장
2024년 11월 27일(수) 17:26
김영신 전남교육청 교육국장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내년 전남 학생들의 무상급식비 분담 비율을 둘러싼 전남교육청과 전남도의 갈등 얘기다.

전라남도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는 최근 2025년 무상급식 식품비 분담 비율을 전라남도교육청 70%, 전라남도 30%로 결정해 통보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갈등을 빚은 끝에 두 기관이 식품비를 절반씩 분담하고 단가를 400원 인상하는 선에서 가까스로 합의를 보았는데, 올해 또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먹거리를 놓고 책임 있는 두 기관이 대립하는 모양새이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이들 볼 면목이 없다.

전남의 소멸 위기는 심각하다. 원인은 교육과 일자리이다. 전남의 출생률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음에도 소멸 위기가 전국 최고인 것은 좋은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떠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교육을 살리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소멸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전남교육청이 주민 직선 4기 출범과 함께 ‘전남교육 대전환’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이다.

전남교육청은 아이들이 전남에서 배워 전남에서 행복을 누리게 하는 ‘전남형 교육자치’와 지역과 세계가 공생하는 ‘글로컬 미래교육’을 두 축으로 교육의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교육의 기본을 회복하는 독서인문교육 활성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이중언어 교육,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생과 협력의 교육생태계 구축 등 그간 추진한 정책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특히, 올해 전국 최초로 지급하고 있는 ‘전남학생교육수당’과 지난 5월 세계인의 박수를 받으며 개최했던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 박람회’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의 모델을 보여줬다.

긍정의 신호도 감지된다. 최근 3년간 고등학생 유·출입 현황을 분석해보니 유입 1708명, 유출 1016명으로 692명의 학생들이 전남으로 순유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교육이 차츰 경쟁력을 갖추어가고 있다는 긍정의 지표임이 분명하다. 전남이 비록 지리적으로는 변방에 위치해 있고, 여건 또한 열악하지만 미래교육에는 당당한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전남교육이 이제 막 위기 극복의 단초를 마련하고 희망의 발걸음을 이어가는 시점에 ‘무상급식’이 논란거리로 등장하다니, 답답하고 또 답답할 따름이다. 여기에 학생 수 감소만을 잣대로 내세우는 경제 논리로 인해 정부 예산과 교원 수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 급식비 분담 비율이 통보해온 안 대로 결정될 경우 전남교육청은 내년에 260억원 넘는 예산을 급식 비용으로 더 충당해야 한다. 급식비는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절대 아니어서 그만큼을 다른 항목에서 빼야 해 본궤도에 오른 ‘전남교육 대전환’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전남교육청의 무상급식 정책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 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돕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이는 당연히, 교육청은 물론 지자체,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보듬어야 할 공통의 책임이다. 전남교육청과 전라남도는 그동안 전남교육 발전을 위한 협력 관계를 잘 유지해 왔다. 전남의 우수한 인재를 미래 사회의 동량으로 길러내기 위해 다각적인 협력사업을 펴왔다. 최근에도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 박람회’의 성공개최, 교육발전특구 사업 등 전남교육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꺼이 손을 맞잡고 어깨를 걸었다. 이번 무상급식비 분담 비율을 둘러싼 갈등이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 그 때, //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이다. 전남교육청과 전라남도는 지금까지 손에 손을 잡고 지역소멸, 교육소멸 위기라는 벽을 잘 넘어왔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높은 벽이 있다. 붙잡은 손을 더 꼭 잡아야 하고, 서로를 이끌어주어도 넘기 힘든 벽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 손을 놓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생각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