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이어 사도광산 약속도 어긴 일본
日, 추도식 개최…“한국 불참 유감”
민주 “외교 무능 넘어 친일 정부 의심”
2024년 11월 24일(일) 16:32
지난2023년 3월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한 시민이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 추도식에 불참한 가운데, 지난 2015년 군함도(일본명 하시마) 사태에 이어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한국이 이용만 당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이날 오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한국 측 인사 없이 사도광산 추도식을 개최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불참하기로 한 사도광산 추도식을 예정대로 열고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주한국 일본대사관을 통해 배포한 입장에서 “정부로서 주최자인 현지 관계자와 협력하면서 일한 정부 간에서도 정중한 의사소통을 실시해 왔다”며 “이번에 한국 측이 불참한다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대사관은 과거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전력으로 논란이 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판단으로 외무성에서 홍보문화 및 아시아 대양주 정세를 담당하는 이쿠이나 정무관의 참석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참의원(상원) 선거 당선 직후인 2022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앞서 우리 외교부는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정부는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24일 예견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반 사정’은 일본 정부를 대표해 참석하기로 한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의 2022년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 사실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관행에 이례적인 균열을 내지 않기 위해 7월 일본 정부와 합의를 이뤘다.

일본은 조선인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고, 이를 위한 전시와 연례행사 성격의 추도식을 공언했다.

하지만 추도식마저 마지못해 하는 식으로 다뤘다.

약속과 달리 사도광산 전시물에서 ‘강제’ 표현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던 이쿠이나 정무관이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지난 2015년 군함도 등재 때와 같은 상황이다.

당시 일본은 강제노역 실상을 반영한 강제동원 정보센터를 설치하기로 하고 2020년 3월 산업유산 정보센터를 도쿄에 개관했다.

전시물은 오히려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위치도 군함도가 있는 나가사키에서 1000㎞ 넘게 떨어진 도쿄여서, 군함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실상을 알리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뻔뻔한 태도를 향한 비난과 동시에, 추도식을 사도광산 합의 성과 중 하나라고 자평해온 우리 정부에 대한 외교적 책임론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막기는커녕, 국민의 자긍심과 자존심마저 뭉개버린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정부를 직격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사도광산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우리 선조들을 추도하는 자리에 일제 전범을 기렸던 일본 측 인사가 참석하기로 했다”며 “이는 추도가 아니라 모욕”이라고 말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이 조차도 윤석열 정부는 한참 늦게 확인해 추도식 하루 전날 부랴부랴 우리 측 불참을 통보했다”며 “이쯤 되면 단순한 외교적 무능을 넘어 친일 매국 정부의 치밀한 계획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