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광주 학동참사 항소심 연기
"신중한 판단 필요"…내년 2월 선고
재판부 변동없이 선고 마무리 할 듯
2024년 11월 20일(수) 18:28
광주고등법원 전경.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재판부의 보다 더 신중한 판단을 위해 내년 2월로 연기됐다.

20일 광주고법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1형사부(박정훈 고법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 금고형 등을 선고받은 현장 감리사,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 다원이앤씨 관계자들, 백솔건설 대표 등 7명과 법인 3곳(현대산업개발·백솔기업·한솔기업)에 대한 2심 선고 기일을 내년 2월6일로 변경했다.

재판부는 당초 올해 안에 학동참사 항소심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항소심 심리만 2년여간 진행한 주요 사건 재판인 만큼 더 신중한 판단을 위해 선고 기일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변론 종결 후 변호사가 추가 선임되고 감정 신청이 추가되는 등 추가 변론에 나선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부 인사이동이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2월 초 선고기일을 잡은 점을 미루어 재판부 변동 없이 항소심 선고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피고인들은 안전관리와 감독 소홀로 지난 2021년 6월9일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에 탑승했던 승객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현대산업개발은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으로부터 해당 공사 도급을 받은 뒤 한솔기업에 하도급을 줬고, 또 한솔기업은 불법으로 백솔건설에 재하도급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철거업체 등은 높이 23m의 5층 건물을 해체하면서 건물 1층에 있는 보 5개 중 2개를 해체해 지하실 안으로 흙을 넣고 건물 뒤편으로는 12m 높이까지의 흙더미를 쌓아 지지하는 방식으로 해체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2000톤이 넘는 흙더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건물 1층의 보 3개가 무너졌고 균형을 잃은 건물은 그대로 도로 방향으로 붕괴돼 인근을 지나던 시내버스를 덮쳤고 탑승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앞서 1심에서는 백솔건설 대표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는 등 3명이 법정 구속되고, 나머지 4명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이후 피고인들은 지난 2022년 9월 항소하며 2년이 넘도록 붕괴 원인의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여왔다.

이번 항소심에서 검찰은 재하도급업체 백솔건설 대표와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에 최고 7년 6개월을 구형하고, 각 법인에 최고 5000만원 벌금형을 구형하는 등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