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이 물려준 전통방식 훼손 안돼”
●담양 고재구전통쌀엿 고강석 대표
3대째 지역서 쌀엿 명맥 이어 나가
지역 유기농 멥쌀 사용 수작업 방식
3대째 지역서 쌀엿 명맥 이어 나가
지역 유기농 멥쌀 사용 수작업 방식
2024년 11월 18일(월) 11:30 |
고강석 고재구전통쌀엿 대표 |
고재구전통쌀엿 고강석(70) 대표의 각오는 담담하면서도 확고했다.
고 대표는 작고한 아버지(고재구)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담양에서 3대째 전통 쌀 엿을 만들고 있다.
엿은 온도에 따라 발효가 달라지는 민감한 음식이라 사계절 가운데 겨울인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의 작업으로 1년 먹거리를 완성해야 한다.
특히 고 대표의 쌀 엿은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다. 한번에 35㎏·2회 제작기준 70㎏으로 일년에 4톤 정도의 쌀 엿이 생산된다.
고 대표는 “곡창지대인 전남지역에서는 농토가 비옥해 옛부터 쌀을 이용해 엿을 만들어 먹었지만, 식량이 부족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는 곡물을 사용해 술, 엿 등을 만들어 먹는 것을 국가차원에서 금지했다”며 “이후 수확량이 풍성한 통일벼를 심어 쌀 생산이 늘면서 단속이 멈춰지고 각 가정에서 쌀을 사용한 식품을 자유롭게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의 쌀 엿 생산법은 꽤나 고되다. 담양 지역에서 재배되는 유기농 멥쌀을 씻어 4~5시간 불린뒤 오후 1시 무렵 고두밥을 쪄 시루에 얹어 1시간 30분 동안 수증기로 찐다.
오후 3시쯤 고두밥이 완성되면 엿기름과 온수를 당화통에 넣고 9~10시간을 기다리며 자연 온도에서 당화 시킨다. 오후 12시부터는 밥 알갱이를 분리한 후 가마솥에 넣고 3~4시간 졸이면 갱엿이 된다.
기계나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 손으로 갱엿을 늘리면 제품화가 된다.
고 대표는 “갱엿을 늘리면 마찰로 인해 흰색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다시 수증기를 쬐며 늘려주는 과정을 거치면 엿에 공기층이 생기면서 바삭하고 달콤한 쌀 엿이 탄생한다”며 “제조과정에서 공기층이 형성됐기 때문에 대나무 마냥 속이 텅 비어있고 달라붙지 않은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쌀 엿을 만드는데 매진할 계획이다.
고 대표는 “예로부터 가을 추수가 끝나고 겨울 농가에 특별한 소득원이 없는 상황에서 쌀 엿 판매수익이 농가소득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어 조상들이 물려준 전통방식을 훼손할 수 없다”며 “경제적 이윤을 추구한다면 당장 쌀 엿 만들기를 그만해야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전 과정을 전통방식을 고수해 쌀 엿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