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한 수능…국어·수학 예상 1등급컷 오를 듯
N수생 21년만 최다…'눈치싸움'
1등급컷, 1~2문제는 더 맞아야
국·수 표준점수 최고점도 하락
탐구는 어렵게…중요 변수 전망
2024년 11월 17일(일) 18:59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14일 오후 광주 동구 살레시오여자고등학교 시험장 앞에서 한 수험생이 부모님과 포옹하고 있다. 최상빈 기자
의과대학 증원으로 상위권 ‘N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이 몰린 가운데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난이도가 평이하게 출제되면서 대혼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응시생들의 가채점 결과, 국어와 수학의 1등급 커트라인(구분점수)이 원점수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오를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서울대와 의학 계열 등 상위권 대학의 경우 국어·수학에서 고득점 동점자가 밀집해 정시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7일 EBSi·메가스터디·이투스·유웨이·종로학원 등 입시업계의 가채점 결과를 종합한 결과, 국어 영역의 경우 ‘화법과 작문’의 1등급 커트라인은 93~95점(원점수 기준)으로 지난해(88점)보다 5~7점 높게 추정됐다.

‘언어의 매체’는 91~93점으로 지난해(84점)보다 7~9점 상승했다.

두 부문 모두 1등급 커트라인이 높아지면서 상위권 학생의 점수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돼 지난해보다 2~4개 문제를 더 맞아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학 영역 역시 1등급 추정 커트라인이 상승할 전망이다.

‘확률과 통계’는 92~94점으로 지난해(94점)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미적분’은 85~88점으로 지난해(84점)보다 1~3점 높아져 수학도 한 두 문제는 더 맞아야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대학들이 실제로 활용하는 표준 점수 최고점도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집계됐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낮아지고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진다.

입시 업계는 올해 국어 표준 점수 최고점을 135~140점으로 예측하고 있다. ‘불국어’로 불린 지난해 국어 표준 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상당히 어려운 시험이었으나, 올해는 그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표준점수 최고점이 148점이었던 수학은 139~145점으로 예측됐다.

과학탐구의 경우 가장 많은 학생이 선택하는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보다 각각 2점, 5점 높은 수준이다.

이렇듯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가운데 수학이 국어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고, 탐구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보다 오르면서 수학·탐구 영역이 대입 합격의 당락을 가르는 ‘핵심키’가 될 전망이다.

1등급 커트라인이 오르고 표준점수 최고점이 떨어진 것은 이번 수능에 ‘킬러문항’(초고난도문항) 배제 기조가 이어지며 준킬러문항(중고난도 문항)도 보이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됐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EBS가 14일 수능을 마치고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체감난이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3085명 가운데 40.8%가 수능의 전반적인 난이도에 대해 ‘약간 어려웠다’고 답했다. ‘보통이었다’는 항목에 응답한 수험생은 26.0%로 집계됐다.

지난해 수능을 마치고 진행했던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50.3%가 ‘매우 어려웠다’고 응답했던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수험생들에게 올해 수능이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수능은 국어보다 수학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고, 어렵게 출제된 탐구 영역이 대입 합격의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수능 상위권 변별력은 지난해 수능보다 낮아져 국어·수학 고득점 동점자가 밀집, 정시에서 과목 점수를 유리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입시전형을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