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통합’ 유력…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배정
●목포대·순천대 통합 방식·일정은
공동추진위 구성…실행계획 등 마련
통폐합 등 아닌 독립 운영 형태 전망
전남도 “정부에 신속히 추천 후 협의”
단독의대 선정 공모 용역 자동 폐기
2024년 11월 17일(일) 18:30
목포대와 순천대
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에 전격 합의하면서 전남지역 30년 숙원사업인 국립의대 신설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동안 국립의대 유치를 놓고 동부권과 서부권이 빚어온 갈등이 해소되면서 향후 의대 설립과 관련한 추진 방식과 일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남도가 추진해 온 정부추천 단일대학·부설병원 선정 용역은 6개월 만에 사실상 자동폐기되며, 통합의대는 통폐합·흡수가 아닌 최대한 현재 기능과 캠퍼스 등을 유지하는 ‘느슨한 통합’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도에 통합 합의서 공식 제출

17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날 송하철 목포대 총장과 이병운 순천대 총장은 지난 15일 서명한 대학 통합 합의서를 전남도에 공식 제출했다.

또 목포대와 순천대는 통합합의사항 중 하나로 교육부에 제출할 통합대 신청서의 구체화와 세부 실행계획 마련을 위해 양 대학 동수로 ‘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양 대학은 대학통합 신청서를 오는 12월까지 교육부에 정식 제출해 승인을 받기로 했다. 특히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통합대학 명의로 배정받기로 했다.

통합대학 신청 시 교육부가 정한 기한 안에 요건을 갖추지 못한 대학이 있을 경우 요건을 갖춘 대학이 통합의대 정원을 우선 배정받되, 교육부 요건을 보완하면 즉시 통합대학으로 정원을 배분키로 했다.

통합 대상인 양 대학에서는 그동안 실무 논의가 숨가쁘게 진행됐고,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고 주말과 휴일에도 실무라인 논의가 10여 차례나 진행돼 왔다.

●美 캘리포니아대학 모델 형태 ‘관심’

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에 합의하면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최근 전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언급한 ‘느슨한’ 형태의 통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순천대 글로컬대학 강소지역기업 육성 비전 선포식에 앞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1도 1국립대’에 대한 양 대학의 협조를 요청한 뒤 “통합은 엄격한 의미가 아닌 느슨한 형태의 통합부터 시작해도 된다”고 말했다.

‘느슨한 형태’는 하나의 단일이사회에 여러 총장을 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UC) 모델과 유사한 형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무산된 한국대학교 모델과도 비슷하다.

UC 모델은 캘리포니아 명문 버클리와 UCLA, 데이비스, 샌디에이고, 어바인 등 10개 대학을 ‘캘리포니아대학교’라는 이름 아래 캠퍼스 형태로 두고, 각각의 총장까지 둬 자주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형태를 일컫는다. 대학 평가도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전남 국립의대에 준용하면 ‘전남 목포 의대’, ‘전남 순천 의대’ 또는 ‘전남 의대 목포(순천)캠퍼스’로 동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양 대학은 통폐합, 흡수 통합 등의 방식이 아닌 대학별 기능과 캠퍼스 등을 유지하는 ‘느슨한’ 형태의 통합 방식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 의정협의체 정식 안건 채택에 집중

전남도는 18일 해상풍력 현장방문차 목포 신항만을 찾는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통합 합의사실을 알리고, 전남 첫 의대 신설과 2026학년도 신입생 배정에 힘을 실어 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여(야) 의정협의체 정식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모아갈 예정이다. 의정협의체는 19일 2차 회의가 예정돼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환영문을 통해 “통합 합의는 30년 넘게 이어진 도민들의 간절한 국립 의대 염원을 확실히 실현시켜 줄 것”이라며 “도민 건강권과 생명권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안인 통합의대를 신속히 정부에 추천한 뒤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중순 착수한 전남 국립 의대·부설병원 정부 추천 용역은 사실상 자동폐기된다. 다만, 단독의대 선정 작업은 백지화하되 통합의대 설립 과정에서 예상되는 법률적 자문은 계속 이어가는 방식으로 용역과업은 일부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