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진 대가' 구본창 개인전 ACC서 만난다
●ACC 포커스 '구본창: 사물의 초상'
22일부터 ACC 복합전시 3·4관
세계서 주목받는 사진예술 선구자
백자·금관 등 사물연작 관심 집중
한강·안성기 등 인물사진도 전시
2024년 11월 17일(일) 16:09
구본창 작 ‘탈’ 시리즈 대형 카메라 폴라로이드(1998~2003). ACC 제공
현대사진의 개척자이자 한국 사진예술의 대가인 구본창 작가의 개인전이 광주로 찾아온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2024 ACC 포커스 ‘구본창: 사물의 초상’ 전시를 오는 22일부터 내년 3월30일까지 ACC 복합전시 3·4관에서 개최한다.

ACC의 대표 기획전시 시리즈인 ‘ACC 포커스’는 그동안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가 직면한 동시대 포괄적 주제를 발굴해 장르의 경계를 실험하는 다양한 매체로 구성된 시각예술 전시였다.

올해부터 인류 문화예술의 틀을 바꾼 세계적인 아시아 현대미술 거장을 소개하는 개인전 형식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그 첫 시작으로 ACC가 선택한 예술가는 한국 현대사진의 선구자인 구 작가다.

구 작가는 작품을 통해 평면이 아닌 입체를 강조하고 소리나 빛과 같은 매체의 복합성을 구현한 사진가다. 사진의 무한한 표현 가능성을 탐구하며 한국 사진예술의 지적 수준과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주요 사물 연작에 집중해 그가 선택한 사물이 가지고 있는 거대서사와 미시서사를 동시에 살펴보고 그 안에 존재하는 한국성과 아시아적 정서에 주목한다.

구본창 작 ‘황금 045(2023)’. ACC 제공
전시는 3개의 주제로 나눠 구성됐다.

‘1부: 역사를 품은 사물에 숨결을 입히다’는 한국전쟁유물, 조선백자, 신라 금관과 같은 역사적 배경을 품고 있는 유물 연작을 영상과 설치작품으로 변주해 선보인다.

‘백자 연작’은 해외로 유출된 백자를 촬영한 작품들로 구성해 10m 높이의 ACC 전시장에서 극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족자 작품으로 천장에 매달린 백자들의 모습은 그 영혼이 고국으로 돌아온 것만 같은 장면을 연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황금 연작’은 대형 라이트 박스(187x148x59cm)에 전시장 바닥에 눕혀 설치했다. 발광하는 라이트 박스 안의 신라 금관은 땅에 묻히기 전 찬란하게 빛났을 자태를 재현할 것이다.

이어 ‘2부: 일상 속 사소한 사물을 발견하다’는 구 작가가 발견한 일상 속 사물들의 연작을 소개한다. 그의 소장품을 촬영한 ‘컬렉션’, 15세기부터 프랑스 고건축물의 장치인 샤스루(chasse-roue)를 담은 ‘샤스루’, 빈 상자 혹은 비어 있는 공간을 주목한 ‘인테리어’와 ‘오브제’, 그리고 일상 사물인 ‘비누’ 등 다양한 연작으로 구성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조향 작가 한서형이 비누 작품을 재해석해 연출을 더했다.

구 작가의 미공개 영상 작품인 ‘코리아 판타지(2017)’도 최초 공개되며 시선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전통문화의 모티브 중 하나인 단청을 변주한 영상으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3부: 구본창의 시선과 마주하다’에서는 작품들의 피사체가 됐던 구 작가의 수집품, 대중매체와의 협업 작품 등 전시 주제와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흥미를 더해 줄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가 전시장을 수놓는다. 이 외에도 그동안 촬영했던 소설가 한강, 배우 안성기, 김지훈 등 예술인들의 인물초상 작품을 선별해 소개한다. 또 이번 전시를 위해 구 작가, 야마구치 노부히로 그래픽 디자이너, 서영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필 미술사학자, 김수강 사진작가의 인터뷰를 담은 미니 다큐 영상도 새롭게 선보인다. 미니 다큐는 전시를 더 쉽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될 예정이다.

구본창 작 ‘리플렉션 10(1983)’. ACC 제공
구본창 작 ‘샤스루 54(2003)’. ACC 제공
한편 ACC는 문화 향유의 장벽을 낮추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전시 접근성 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전시의 도록을 점자촉각도서로 제작한다. 이 도서는 전시장 내 비치할 예정이다.

또 구 작가에게 직접 그의 작품세계와 전시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가 오는 30일 오후 2시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열린다. 작가와의 대화는 전시 기간 총 3회 개최되며 내년 2월과 3월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이강현 ACC 전당장은 “이번 전시를 관람하러 온 방문객들이 작가가 전달하는 사물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위에 우리의 이야기를 덧입히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4 ACC 포커스 ‘구본창: 사물의 초상’ 포스터. ACC 제공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