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할아버지의 손편지 “꼬맹이들 건강하길”
광주 효광초교 앞… 재개발로 이전
폐점 안내문에 감사의 마음 담아
학교 졸업 후에도 찾아와줘 ‘뿌듯’
학생 “친절하고 따뜻하셨다” 감사
폐점 안내문에 감사의 마음 담아
학교 졸업 후에도 찾아와줘 ‘뿌듯’
학생 “친절하고 따뜻하셨다” 감사
2024년 11월 03일(일) 18:50 |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 사업으로 상점들의 폐업 및 이전 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효광초교 학생들이 폐점 안내문이 붙은 한 편의점 입구에서 내부를 살펴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한 학생은 “편의점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기억에 남는다”고 밝히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나건호 기자 |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 사업으로 상점들의 폐업·이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광주 서구 광천동 효광초등학교 앞에서 12년간 편의점을 운영해 온 점주 할아버지가 학생들에게 ‘사랑의 손편지’를 남겨 감동을 전하고 있다.
효광초교 학생들을 비롯해 인근 학생들에게 ‘편의점 할아버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박성남(67)씨는 30년의 세월을 추억으로 담아두고 지난달 18일 광천동을 떠났다.
학교 정문 앞에 있던 박씨의 편의점은 학생들의 작은 쉼터 역할을 했다. 단골손님이었던 학생들은 학교를 가기 전이나 하교 후에 라면이나 간식거리를 사 먹기 위해 이곳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곤 했다.
광천동에서 18년 동안 작은 마트를 운영하던 박씨는 12년 전 이곳에 편의점을 차렸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박씨의 편의점은 어느덧 많은 학생이 학창 시절 추억을 간직한 장소가 됐다. 항상 친절하게 꼬마 손님들을 대해주던 박씨를 잊지 못해 학생들은 졸업하고 나서도 시간을 내서 편의점을 찾았다.
박씨는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는 모습까지 지켜보다 보니 너무 신기하고 기특하다”며 “졸업을 하고 나서도 편의점에 찾아와주는 아이들이 정말 고마워서 더 친절하게 손님들을 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성남씨가 지난달 18일 새롭게 문을 연 광주 서구 동천동 편의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
그는 효광초 학생들을 두고 다른 곳으로 매장 이전을 결정한 뒤에도 발걸음이 무거웠다. 초등학교와 가장 가까웠던 박씨의 편의점이 사라지면 학생들이 멀리 떨어진 편의점까지 한참 걸어가야 할 처지에 놓여서다.
박씨는 폐점한 편의점 입구에 정성이 가득한 손글씨 안내문을 내붙였다. 박씨의 안내문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폐점합니다. 그동안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꼬맹(이)들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라서 우리나라 기둥이 되길 간절히 바라요’ 등 학생과 손님을 향한 따뜻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박씨는 “급하게 매장 이전을 준비하게 돼 아이들에게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에 손편지를 적게 됐다”며 “아이들이 준 밝은 에너지 덕분에 항상 긍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는데 고마운 마음이 잘 전달됐을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늘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지난달 18일 새롭게 문을 연 동천동 매장에서 박씨는 시니어 직원들과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힘이 닿을 때까지 일을 하고 싶다는 박씨는 매달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는 등 남몰래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적은 금액이라도 조금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 사업으로 상점들이 폐업 및 이전 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효광초교 학생들이 폐점 안내문이 붙은 한 편의점 입구에서 내부를 살펴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한 학생은 “편의점을 이용할 때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기억에 남는다”고 밝히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나건호 기자 |
문을 닫은 박씨의 편의점 앞에서 만난 효광초 4학년 이민후(11)군은 “몸이 아파서 학교를 조퇴하고 약을 사려고 편의점에 왔는데 200원이 부족해서 당황했었다. 할아버지가 남은 돈을 내주시겠다며 약을 가져가라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학원에 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서 친구들과 라면을 먹는 시간이 너무 좋았는데 편의점이 사라져서 너무 아쉽다. 이름도 기억해 주시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던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매장 앞에 가만히 서서 한참 안내문을 읽어가던 효광초 2학년 박지유(9)양은 “매일 하교 후에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며 할아버지가 써주신 편지를 읽는 게 습관이 됐다”며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는데 이제 할아버지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어 “할아버지가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며 “할아버지가 말하신 대로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겠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고 당차게 말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