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건철>이제라도 에너지신산업 제대로 육성하자
이건철 전 전남발전연구원장
2024년 10월 30일(수) 17:42 |
이건철 전 전남발전연구원장 |
그렇다면 광주ㆍ전남은 이처럼 대외적으로 불리한 여건과 제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지역발전전략을 세우고 있는가? 답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차제에 광주ㆍ전남만의 독특한 먹거리를 개발하는 전환기를 맞이했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기실 지금까지 이러한 논의는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다. 그럼에도 가시적으로 광주ㆍ전남하면 바로 떠올라 광주ㆍ전남의 브랜드 역할을 하는 성장동력산업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광주는 전국 최초로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고 광주과기원이 설립되면서 기대에 부풀기도 했었지만, 지금 첨단산업을 광주의 먹거리라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남 또한 대한민국 농도라는 전통을 이어오다가 산업화시대를 맞아 전국 굴지의 제철ㆍ화학산업에 조선산업이 보태지면서 활력을 찾기도 했으나 이들 산업의 사양화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국가적 프로젝트로 ‘혁신도시’가 시작되고, 다행스럽게도 광주ㆍ전남은 당시 전국 10대 혁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공동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로 추진하여 ‘한전’이라는 선물을 받아 광주ㆍ전남 모두 에너지신산업을 성장동력산업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공동혁신도시 추진에 미력이나마 일익을 담당했던 필자의 입장에서 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알찬 성과를 실현시키기 위해 ‘선(先)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당초 한전이 구상하고 제시했던 에너지밸리 프로젝트의 핵심은 중앙정부, 광주ㆍ전남, 한전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에너지신산업을 국가적 성장동력산업이자 광주ㆍ전남의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었다. 부연하면, 빛가람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광주권 첨단산업벨트, 동부권 IT융복합벨트, 서남권 신재생에너지벨트를 연계한 광주ㆍ전남산학연클러스터를 구축하여 광주ㆍ전남 공동발전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혁신거점으로서 광주ㆍ전남의 신성장거점이자 국가적 성장거점의 역할까지 부여받은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현실은 녹녹치 않게 흘러갔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경영사정이 어려워진 한전은 물론, 광주ㆍ전남도 이러한 거대 프로젝트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빛가람혁신도시가 에너지신산업의 성장거점임에도 전국적으로 광주ㆍ전남 외에 전북 새만금, 경남, 경북, 부산ㆍ울산, 충북을 에너지융복합단지로 추가로 지정했다. 전 정부에서 추진한 관계로 지역에서는 조용히 인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 에너지신산업이 광주ㆍ전남의 성장동력산업이라고 말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굳이 유형적인 성과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를 들 수 있으나, 유치 때부터 광주와 전남의 과도한 경쟁으로 지방비 부담만 대폭 늘어났으며, 한전도 어려워진 경영사정을 이유로 역부족인 것 같고, 광주시 마저 전남 사업으로 거의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의 시대적 과제는 당초의 에너지밸리 실현을 위해 지금까지의 미진한 성과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하루빨리 재출발하는 것이라 확신한다. 어렵게 전개되는 상황까지 감안하여 전에 보지 못했던 혁신적인 사고와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더 욕심을 내자면 공동혁신도시와 당초 에너지밸리에 담긴 광주ㆍ전남산학연클러스터 취지를 살려 광주와 전남이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늦게나마 조성되고 출범한 ‘광주ㆍ전남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운영위원회’부터 광주와 전남의 협력이 없이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것이야말로 1018년 전국 최초로 설립된 전라도가 새로운 천년을 맞는 진정한 거듭남이자 새로운 출발이라 자부한다. 부디 광주ㆍ전남이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에너지신산업의 허브로서 새로운 녹색성장시대 가장 살기좋은 터전으로 거듭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