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우승>KIA 7년만의 통합우승…"함께한 모두가 챔피언"
광주 곳곳에 응원인파 이어져
팬들 손에 땀쥔 채 경기 관람
우승 확정… 곳곳서 함성 폭발
“호남인 팬심이 V12 주춧돌로”
2024년 10월 29일(화) 18:41
KIA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28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 일대에서 장외 응원전이 펼쳐졌다. KIA타이거즈가 6회말 역전에 성공하자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한국프로야구 KIA타이거즈가 안방에서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삼성라이온즈를 꺾고 12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7년만의 통합우승을 완성했다. 선수단만큼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타이거즈의 올해 마지막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거센 함성을 내뱉었다. 광주는 순식간에 열광에 휩싸였다.

KIA타이거즈가 지난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이하 챔필)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5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7년만의 통합우승을 완성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광주 곳곳은 타이거즈의 우승을 기대하는 팬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챔필을 비롯해 야외광장, 동네 호프집 등은 응원전을 펼치기 위한 야구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3차례의 홈런을 맞으며 경기 초반 리드를 허용했지만, 팬들은 서로 “괜찮다”고 다독이면서 승리의 의지를 다졌다. 꾸준히 점수 간격을 좁히던 타이거즈가 마침내 뒤집기에 성공하자 팬들의 응원가와 함성이 메아리쳤다.

이후 양 팀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며 경기를 진행하는 동안 팬들은 공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하며 응원을 이어나갔다.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마지막 타자인 김성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매조 짓는 순간 광주 전역에는 뜨거운 함성만이 울려 퍼졌다.

타이거즈 팬들은 함께 나온 친구와 가족을 껴안고 “최강 KIA”를 외치며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끓어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글썽이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KIA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28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광장 일대에서 장외 응원전이 펼쳐졌다. 8회말 KIA가 추가득점에 성공하자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특히 교복 위에 유니폼을 걸쳐 입고 응원전에 나선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수업을 마치고 거리에 나온 학생들은 친구와 어깨동무를 한 채로 응원가를 ‘떼창’하며 기쁨을 나눴다.

박시우·채정민·김윤서·오승현(이상 상일여고 1년)양은 “학원과 자율학습까지 빼먹으면서 KIA의 우승을 응원했다”며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에 이어 오늘도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하게 돼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평생 타이거즈의 팬으로서 힘차게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선규(상무고 1년)군과 조경현(숭덕고 1년)군도 “초반 홈런 3방을 맞는 등 뒤져있을 때도 절대 지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자리를 지켰다”며 “최근 몇년간 타이거즈가 중하위권에 머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는 신인급 선수들이 앞에서 끌고 고참급 선수들이 뒤에서 받쳐주는 등 신구조화가 이뤄졌다. 앞으로의 타이거즈 발전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고 밝혔다.

청년들은 지역민들의 야구사랑이 올시즌 타이거즈가 펼친 힘찬 질주의 원동력이었다며 하나 된 마음으로 환호했다.

김윤종(22)·김은지(24)씨는 “응원전에 참여하기 위해 순천에서 오는동안 KIA의 우승에 대한 기대로 설레고 긴장됐다”며 “‘우주의 기운’이 모여야 우승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7년의 기다림과 팬들의 간절함이 닿아 드디어 광주에 우주의 기운이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석(26)씨도 “이범호 감독이 부임한 이후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팀의 응집력을 다졌고, 호남사람들이 타이거즈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 우승의 주춧돌이 됐다”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열광하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

수십년동안 타이거즈만을 응원했던 골수팬들이 느끼는 감정은 특별했다. 이들은 세대를 거쳐오며 타이거즈와 함께 울고 웃었던 오랜 추억에 빠져들었다.

아내와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응원전을 찾은 김남수(34)씨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와 매일 타이거즈 경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KIA의 팬이 됐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던 아내도 내 영향으로 타이거즈를 좋아하게 됐고, 두살배기 딸도 벌써 소크라테스 선수의 응원가를 따라 부른다”면서 “오늘도 타이거즈 덕분에 가족 모두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만든 것 같다. 너무 행복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35년차 타이거즈 팬 이태인(46)씨도 “감독의 지도력, 리그 최고의 타선과 투수진, 두터운 팬층의 사랑이 더해져 12번째 우승을 만들었다”며 “타이거즈가 37년만에 안방에서 축포를 쏘게 돼 기쁘다. 앞으로도 우리 지역에 이처럼 희망차고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덕호(69) 씨는 “한국야구를 주름잡던 해태시절부터 타이거즈는 호남사람들에게 많은 위로와 웃음을 줬다. 수년만에 다시 정상에 올라서는 모습을 보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거리로 나왔다”며 “감격스러운 이 순간을 함께하는 타이거즈 선수단과 팬 모두가 챔피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