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우승>“광주, 우리 시대 가장 큰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도시”
한명재 캐스터 우승콜에 ‘울컥’
시민, 하루 종일 V12 이야기꽃
‘광주의 아픔’ 달래준 타이거즈
지역민 응원 열정 타 구단 압도
시민, 하루 종일 V12 이야기꽃
‘광주의 아픔’ 달래준 타이거즈
지역민 응원 열정 타 구단 압도
2024년 10월 29일(화) 18:31 |
29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광주전남관광안내소 원통형 LED 전광판에 KIA 타이거즈 한국시리즈 우승 축하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경기 직후 한 캐스터는 “광주, 우리 시대에 가장 큰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도시에서 타이거즈는 운명이자 자랑이었습니다. 그런 KIA 타이거즈가 7년 만에 프로야구 챔피언에 오릅니다”라며 광주가 연고지인 KIA 타이거즈의 우승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타이거즈는 이번까지 총 12번의 우승을 했지만 홈구장인 광주에서는 37년 전인 1987년 이후로는 전무했다. 당시 타이거즈는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들었었다.
한 캐스터의 목메인 우승 콜이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은 비단 37년이라는 긴 시간 때문은 아니었다.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이후로 가슴 속의 한을 풀지 못하고 삼켜야만 했던 지역민에게 있어 타이거즈는 남도 기개의 상징이자 야구는 한을 풀어주는 살풀이 굿판이었고, 치유되지 않고 있는 아픔을 잊게 해주는 위안이었다.
그 때문인지 타이거즈 팬들의 열정은 전국 어디서도 알아줄 정도다. 경기 시청률 매년 1위, 원정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원정 최다 참여 팬들이라는 수식어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팬들이 있기에 KIA는 원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인기 순위 3위 밖으로 밀려나 본 적이 없다.
또 단순히 사람만 많은 것이 아니다. 프로야구 구단 응원 중 가장 목소리가 크다. KIA의 성적이 좋은 날에는 앰프 없이도 간단하게 타 구장의 앰프 응원을 압도한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잠실구장으로, 이곳에서 KIA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구장 절반이 붉은 유니폼과 노란 막대로 뒤덮힌다. 올해 경기 역시 그랬다. 유튜브에서는 KIA의 ‘최강 기아’응원가를 두고 “역시 KIA 팬, 무섭다 못해 감동적”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KIA가 한국시리즈 12번째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다음날인 29일, 지역민들은 우승의 흥분과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 듯 야구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은 직장인들은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를 되짚으며 기쁨을 함께 했고, 앞으로도 KIA가 절대강자로 군림하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주길 소망했다.
직장인 정상진(51)씨는 “지난 10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탄데 이어 28일에 KIA가 12번째 우승을 했다”면서 “특히 한명재 캐스터의 우승 콜에 울컥했다.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김영철(50)씨도 “타이거즈의 우승은 느낌이 다르다. 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임에도 그들이 우승하면 마치 언더독이 우승한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이는 광주가 항상 소외받아 왔고, 5·18도 여전히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젊은 층도 KIA의 승리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직장인 박진규(32)씨는 “하루종일 야구 이야기만 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KIA 팬이고 나도 태어날때부터 KIA팬이다”면서 “우승 직후의 감동이 가시질 않고 있다. 마지막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힐 때는 아파트 전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