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준 초대전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
내달 3일까지 소암미술관
SF 설정 등 환경문제 직시
2024년 10월 10일(목) 11:02
엄기준 작 ‘토르와 코알라’. 소암미술관 제공
소암미술관이 지구상의 자본주의적 환경문제를 직시한 엄기준 작가의 초대전 ‘지속 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오는 11월 3일까지 연다. ‘캐피행성과 호모빅뱅인’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전시에서 지구에 온 가상의 캐피행성의 친구들, ‘호모빅뱅인’ 설정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엄기준 작가는 쓰레기로 망가져가는 지구의 환경문제를 다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캐피행성과 호모빅뱅인이라는 SF 공상과학 배경을 접목해 작품을 선보인다. 호모빅뱅인은 지구인을 계몽하고, 서로 공명하는 생존의 법칙으로 지구의 자본주의 체재에 적응해 간다는 설정이다. 전시작은 입체 캐릭터 54점, 영상 2점, 평면 트릭아트 4점 등 총 60점에 이른다.

특히 효과음과 함께 이지러지고 분해·해체되는 호모빅뱅인 인형 50개의 변화 양상을 TV 모니터 영상에 담아낸 작품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그 속에서 우리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 보도록 했다. 또 자연 친화적인 재료인 하얀 종이 점토로 호모빅뱅인을 만들기도 했는데, 호모빅뱅인을 향해 색색의 물감 총을 쏴 실시간으로 변화해가는 인형의 형태에서 인간의 모습을 반조하게 했다.

소암미술관 관계자는 “작금의 지구는 점점 자연과 멀어지는 인공과 가공의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 생활의 편리함은 오히려 불투명한 지구의 미래를 가속한다. 지구가 당면한 환경문제와 자본주의의 폐해는 마치 어린아이가 불난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며 “불타는 집에서 즐겁게 노느라 밖으로 나오지 않는 어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장난감을 대문 밖 수레에 가득 담아 밖으로 나오게 하는 엄기준 작가와 같은 장자들이 사회 곳곳에서 출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암미술관은 남구 중앙로에 있다. 전시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