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중복투표 가능…공정성 잃은 남구 주민총회 논란
진월동, 5가지 안건 온라인 투표
주민의견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돼
한명이 계속 투표 가능…의미 퇴색
남구 “인증 절차 도입 검토하겠다”
주민의견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돼
한명이 계속 투표 가능…의미 퇴색
남구 “인증 절차 도입 검토하겠다”
2024년 10월 09일(수) 18:40 |
광주 남구 진월동이 지난달 30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마을의제 선정을 위한 사전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민현기 기자 |
9일 남구에 따르면 남구 진월동은 지난달 30일부터 광주 남구 주민자치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2025 진월동 주민총회 온라인 사전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진월동 주민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총 5가지인 △순환자원 회수로봇 ‘수퍼빈 네프론’ 설치 △진월동 시외버스정류장 화장실 설립 △진월동의 대표 건강·행복 일석이조, 푸른길 포토존 조성 △청소년의 취미와 건강을 책임지는 자전거 문화센터 마련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빛나는 크린하우스로 주민들은 한번에 2가지 안건을 투표할 수 있다.
투표는 광주시가 제작한 ‘마을e척척’ 플랫폼을 통해 앱과 홈페이지에서 10일까지 진행되며 주민총회 당일날 현장투표 결과를 합산해 우선순위가 결정돼 12일 진월동 한마음 축제에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투표를 통해 선정된 안건이 바로 행정절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진월동과 남구에 보고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때 참고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투표다.
하지만 온라인 사전투표 과정에서 인증절차가 없어 주민투표가 주민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부정투표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월동 마을안건을 결정하는 투표지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도 누구나 투표할 수 있고 한 사람이 여러번 중복투표가 가능해 투표의 공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100명이 투표한다고 가정했을 때 70명이 A안건에 한표씩 투표해도 30명이 3번에 걸쳐 B안건에 투표한다면 B안건이 가장 높은 투표 수를 기록하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광주 동구에 거주하는 본보 기자가 해당 플랫폼에서 투표를 해보니 로그인이나 거주지역을 선택해야 하는 등과 같은 인증절차 없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여러번에 걸쳐서 투표를 해도 제재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와 달리 광주 동구는 주민총회 안건을 온라인을 통해 사전투표를 실시할 때 ‘우리동네do반장’이라는 자체 제작한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회원가입 후 로그인을 해야만 투표할 수 있으며 기입한 주소지와 다른 동 안건을 투표하려고 시도하면 ‘거주마을이 아닙니다’는 메시지와 함께 제재하고 있고, 중복투표도 불가능하다.
앞서 ‘마을e척척’도 지난해까지는 로그인을 해야만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원가입과 로그인 등 절차가 어르신들에게는 문턱이 높아 주민 참여율이 너무 저조했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관련 절차들을 삭제했다는 것이 광주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월동 주민들 사이에서 공정하지 못한 과정이 진행된다면 투표가 무슨 소용이 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진월동에 거주하는 김모(53)씨는 “저는 진월동 시외버스정류장에 화장실이 생겼으면 좋겠고, 진월동에 살지 않지만 푸른길 산책로를 자주 찾는 친구는 포토존이 조성됐으면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던 도중 중복투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럼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계속 투표해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조작도 가능한 부분 아니냐. 이렇게 허술하게 투표를 진행하는 곳이 어딨냐”고 지적했다.
남구 관계자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하다보니 부정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을 늦게 인지했다”며 “다음 총회부터 부정투표 의혹이 없도록 관련 절차들을 도입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